충북교육에 부는 훈풍
충북교육에 부는 훈풍
  • 김기원<편집위원>
  • 승인 2016.03.0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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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편집위원>

봄은 아이들이 몰고 온다. 교실마다 피워 올리는 아이들의 웃음꽃에 놀라 교정의 봄꽃이 화들짝 핀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 되면 선배들이 떠난 빈자리에 겁 없는 새내기들이 들어와 부푼 꿈을 마구 풀어놓고, 한 학년씩 승급한 재학생들의 희망노래로 싱그럽다.

미래 세대들의 물오름이 한창인 새봄에 충북교육청을 다시 본다.

유치원을 비롯하여 초ㆍ중ㆍ고등학교의 현장교육과 교육행정 전반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바로 도교육청이기 때문이다.

그 교육청을 이끄는 교육감을 도민들이 직접 투표로 뽑는다. 교육자치실현을 위해서다. 교육감의 성향과 교육철학에 따라 교육방향이 바뀌고 교육현장이 요동치니 옥석을 가려 뽑아야 함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교육감을 뽑았다 해도 교육청에 동맥경화가 생기면 실핏줄 같은 교육조직과 교육현장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미래의 싹이 잘 자라도록 물과 거름과 비료를 제때 주고 수시로 잡초도 뽑고 소독을 해야 하는데 부실해지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유난히도 길었던 충북교육에 비로소 봄이 왔다. 교육현장에 부는 봄바람, 훈풍이 분다.

김병우 교육감은 취임 벽두부터 검찰 발 송사로 살얼음판을 걸었고, 피 말리는 쟁송을 거쳐 선거법 족쇄를 풀었지만 여러 현안으로 편할 날이 없었다.

충북도와 무상급식을 놓고, 정부와 누리사업 예산 책임소재를 놓고 힘든 싸움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도의회와 어린이집 종사자들에게 밉상을 받거나 척을 지기도 했다. 참으로 길고 모진 겨울이었다. 그런 만큼 충북교육의 봄은 각별하다.

김병우 교육감은 ‘좋아서 하는 일은 지치지 않는다’라는 뜻의 ‘요차불피(樂此不疲)’를 2016년 신년휘호로 삼았다.

겨울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음을 암시하는, 충북교육의 쾌속항진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보란 듯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대립했던 무상급식문제를 해결하고 충북도와 협력관계를 복원해냈고, 어린이집 대란사태가 현실화되자 누리과정예산을 우선 집행하는 쪽으로 선회해 지역의 큰 우환을 불식하는 용단을 내렸다.

누리과정예산에 대한 국비확보의 당위성을 알리는 데 성공한 만큼 국비확보 투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 예산사정이 워낙 열악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국비예산을 따와야 하고, 정부도 충북의 이런 현실과 정당한 요구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예산이 지역의 뜨거운 감자였던 만큼 김 교육감의 결단을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지역애가 담긴 고뇌에 찬 결단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 교육감은 이후 흔들렸던 조직기강과 느슨했던 업무강도를 다잡고자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고, 새 학기가 시작되던 지난 2일 직원 월례조회에서 협력과 협업을 올해의 실천과제로 삼을 것을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독려했다. 협력은 미래의 학업역량이기도 하지만 경쟁을 뛰어넘을 수 있는 21세기의 어젠다라면서 협력으로 수업을 지원하고 이끌어 달라 당부했고, 적벽대전에서 제갈량과 주유가 협업으로 조조의 대군을 물리친 이야기와 덴마크 미래학자 롤프 옌센의 말을 빌려 머리로 아이디어를 짜내는 브레인스토밍보다 마음으로 생각과 정서를 나누는 하트스토밍(heart storming)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일에 마음의 협력을 더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끊임없이 소통하고 협업과 협력을 실천하는 교육감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옳은 말이고 훈풍이 느껴지는 다짐이다.

너 죽고 나 살자는 경쟁문화가 아니라, 너도 살고 나도 사는 협업·협력하는 문화 창출과 협력하고 협업하는 인재양성이야말로 시대정신이자 참교육의 전형이다.

정치적 수사가 아닌 행복교육의 열매로 거듭나도록 진력하기 바란다.

모처럼 일기 시작하는 충북교육의 훈풍이 미풍에 그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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