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에 마약
손안에 마약
  • 김기원<시인·문화비평가>
  • 승인 2016.03.0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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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시인 문화비평가>

마약입니다. 도저히 끊을 수 없는 마약입니다.
눈뜨면 제일 먼저 찾고, 언제 어디서나 지니고 다녀야 할 필수품 1호입니다. 깜빡 놓고 나오거나 잃어버리면 안절부절못하게 하는 참으로 고약한 마약입니다.

통신은 물론 각종 정보와 개인의 은밀한 비밀까지 내장된, 마약이긴 하나 법으로 단죄할 수 없는 손안에 마약, 바로 스마트폰입니다.
마약의 사전적 의미는 마취작용을 하며, 습관성이 있어서 장복하면 중독증상을 나타내는 물질을 통틀어 이릅니다. 아편·모르핀·코카인·헤로인 등이 그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스마트폰도 이와 같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요즘 너나할 것 없이 스마트폰에 파묻혀 삽니다. 그렇게 해독제도 없는 손안에 마약의 중독자가 되었습니다.

미국 지하철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이 이를 웅변하고 있습니다. 젊은이가 지하철을 탔는데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더랍니다. 모두 스마트폰에 열중한 탓이지요. 순간 존재감을 잃은 젊은이가 홧김에 총기를 난사했고, 수많은 승객이 영문도 모른 채 죽거나 상처를 입는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손안에 마약이 초래한 어처구니없는 참사였습니다.

스마트폰은 크게 세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첫째는 소통의 기능입니다. 전화는 물론 지구촌 어디든지 카톡이나 화상통화를 할 수 있는 이동통신기기이니까요.
둘째는 정보처리 기능입니다. 메모하고, 일정관리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 알려주는 지식의 보고입니다. 네가 맞다 내가 옳다 다툴 필요가 없어요. 검색하면 바로 나오니까요.
셋째는 친구 기능입니다. 사진도 찍어 주고, 길도 가르쳐주고, 무료함을 달래주는 만능 친구입니다. 음악도 들려주고, 영화도 보여주고, 게임도 해주니까요.

이처럼 스마트폰은 잘 쓰면 더없이 좋은 보약이 되지만, 남용하거나 과신하거나 집착하면 화를 부르는 마약이 됩니다. 아편중독자처럼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낭패를 보게 되지요.

병영생활 부적응 병사나, 해괴망측한 범죄자의 배후에는 손안에 마약이 있었습니다. 그 손안에 마약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스마트폰의 확장성과 효용성이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으니까요. 스마트폰이 진화하면 할수록 인간은 손안에 마약에 더욱 의지하게 되어 지금보다 더한 중독자가 될 터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놀라운 일은 아이들의 스마트폰 다루는 재주입니다. 마치 스마트폰을 다룰 수 있는 DNA를 가지고 태어난 것처럼, 엄마 뱃속에서 엄마가 스마트폰을 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기라도 한 것처럼 능수능란하게 다룹니다. 세대 차이가 손안에 마약에서부터 생성되고 확산하는 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와중에도 문명의 이기에 노예가 되지 않겠노라며 애써 스마트폰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답답해 보이지만 어쩜 그렇게 사는 것이 훨씬 인간다울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아무리 비싼 명품 스마트폰을 가졌다 할지라도 방전이 되면 무용지물이 됩니다. 충전을 해야 적기에 쓸 수 있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방전하면 충전하고, 충전하면 방전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꽂아놓듯이, 수시로 충전하고 힐링해야 합니다. 잠시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도 좋고, 깊은 산사로 들어갔다가 나와도 좋습니다.

오늘도 손안에 마약을 만지작거리며 사는 그대여! 손안에 마약도 인간이 만든 문명의 이기의 하나이니, 이따금 손안에 있는 마약을 떼어놓고 하늘의 구름도 보고 달그림자도 보시구려. 손안에 마약도 마음의 보약도 다 마음먹기 달렸나니.



/시인ㆍ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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