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대한민국의 집단무의식 비교
이스라엘과 대한민국의 집단무의식 비교
  • 양철기<교육심리·박사>
  • 승인 2016.03.0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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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 이스라엘과 독일, 영국과 프랑스,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은? 만나면 이유 없이 밉고 마음이 불편한 감정이 생기는 국가들이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이런 관계를 집단무의식 또는 민족무의식으로 설명한다. 칼 융은 마음을 의식과 무의식으로 나누고, 무의식은 두 개의 층(개인적 무의식, 집단적 무의식)으로 나누었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자라는 동안 겪은 개인생활에서의 체험 내용 중 무슨 이유에서든 잊어버리는 것, 현실세계의 도덕관이나 가치관 때문에 현실에 어울리지 않아 개인의 특수한 생활경험과 관련되고 개인의 성격상의 특성을 이루는 것들이어서 개인적 무의식이라 불린다.

이에 반해 집단무의식은 인류가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랜 경험을 통해 저장해온 잠재적 기억흔적이다. 이전의 세대가 경험한 것이 미래의 세대에 유전된다는 것이다. 예로 우리의 단군신화, 심청전 같은 내용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이러한 집단무의식을 각 사람이 실질적으로 경험하고 체득하는 과정에서 개인, 종족에 따라 조금씩 변형될 수 있다. 따라서 각 민족 혹은 나라별로 고유의 집단무의식을 가지게 된다. 이스라엘과 우리나라는 역사적 상흔을 공유한다. 이스라엘은 세계2차 전쟁 기간 6백만 명의 유대인이 살해되는 민족적 아픔, 트라우마를 경험했다. 우리나라도 수많은 외침을 받으며 고통을 받았고 근대에 들어 일본으로부터 37년간 나라를 빼앗기는 아픔을 겪게 된다. 따라서 이스라엘과 우리나라의 집단무의식에는 공통점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 2월 13일부터 21일까지 이스라엘 외교부 및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초청으로 예루살렘에 있는 야드 바셈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거로부터 배우기(어려운 한마디 미안합니다, 독일 vs 일본)’세미나에 참석했다. 야드 바셈은 1954년부터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의 인적사항과 증거 자료들을 수집하고 세계 곳곳에서 홀로코스트 역사교육을 담당하는 이스라엘의 대표적 추모시설로 이 추모관은 독일로부터 매년 홀로코스트에 대한 사죄를 받아내는 이스라엘의 상징적 장소로 꼽힌다.

서울 이스라엘 문화원에서 사흘 동안 진행된 사전연수는 이스라엘에서 강사가 직접 와서 하루 6시간 이상 강의를 진행했으며, 예루살렘에서는 도착하자마자 강의와 토론, 현장 답사 등 강행군으로 이어졌다. 관련 분야 세계 최고 강사진의 강의와 최고 시설에서 유대인의 역사와 종교,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를 배우고 느끼며 그 매력에 빠져들어 갔다. 대부분 지식인들이 반유대주의적 경향이 있듯이 필자 또한 반유대주의적 성향이 있었다. 8박9일의 세미나는 잘 조직됐으며 나라별로 특징 있게 진행이 되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참가자들을 초청한 이스라엘 정부의 의도는 성공적이었다. 세미나를 통해 그들은 참가자들 안에 있는 반유대주의를 끄집어냈으며 세미나를 마치면서 유대인과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 옆 강의실에는 영국, 헝가리, 케냐 사람들, 여군 신병들, 고교생들 등이 우리와 같은 강의를 받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공교육을 책임지는 교사로서 그들이 부러웠다. 대한민국 독립기념관도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리는 잘못된 역사 앞에서 너무나 고요하며, 오히려 주눅들어 있는 것 같다. 최근의 일본과의 역사 문제 접근은 안타까움 그 자체이다. 그나마 위안을 주는 것은 개봉관에 ‘귀향(鬼鄕)’, ‘동주’와 같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족무의식은 의식되지 않는 것 같지만 유전되어 간다. 10년, 50년 후 우리 학생들은 어떤 민족무의식을 공유하고 있을까….

/청주서원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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