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다
아이들이 우리의 미래다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6.02.25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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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 임성재

믿기 어려운, 있을 수도 없는 뉴스가 우리들 머리를 혼란시키고 어지럽게 하는 요즘이다. 부모가 제 자식을 때리거나 학대하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건들이 연속해서 밝혀지고 있다. 친딸을 폭행하다 아이가 숨지자 암매장한 엄마, 중학생 딸을 때려서 방치한 후 숨지자 시신을 1년 동안이나 자신의 집에 유기한 아버지 등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사건이 한 달 사이에 3건이나 보도되었다. 이런 사건들이 밝혀지게 된 것도 지난해 말 인천에서 컴퓨터게임에 중독된 30대 아버지로부터 학대당한 7살 여자아이가 기아상태로 온몸을 폭행당한 채 발견된 이후, 장기결석 아동 전수조사 과정을 통해서다. 전국에 이런 장기결석 어린이가 수백 명에 달한다고 하니 앞으로 또 어떤 끔찍한 일이 밝혀질지 모를 일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의 어린이학대도 심각한 수준이다.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만 보더라도 폭행과 벌세우기, 밥 굶기기 등 보육기관이라 할 수 없을 정도의 어린이 학대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청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표회를 준비하며 7세반 어린이들을 육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동영상이 유포되어 지역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왜 부모가 자신의 자녀를 학대하고 보육기관에서 조차 이런 일이 수시로 벌어지는 것일까? 자녀를 자신의 소유로 여기거나 아이를 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부모의 부속물로 생각하는 그릇된 관념과 가정에서의 아동학대가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다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보육기관 조차 어린이를 학대하는 것은 보육기관이 교육기관이 아닌 돈벌이 수단이 되어 버린 기막힌 현실과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상실한 결과일 것이다.

캐나다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가 납득하기 어려운 법이 있었다. 13살 이하의 어린이는 보호자 없이 혼자서 외출할 수 없고, 보호자 없이 혼자 집에 두어서도 안 된다. 또한 부모가 자녀들을 체벌하면 옆집에서나 아이 스스로가 신고하기도 한다. 그러면 경찰이 즉각 출동하여 그 부모를 연행하여 간다. 10여 년 전 이야기를 들었을 땐 참 이상한 법도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어린이 학대 상황을 보면서 이제는 우리도 그런 법을 도입해서라도 아이들을 지켜내야 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페이스 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는 자신의 딸 맥스의 출생기념으로 “모든 부모들처럼 우리는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다.”며 우리 돈으로 50조원에 가까운 자신의 재산 99%를 사회에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최첨단 가상현실을 눈앞에 펼쳐 세계를 잇는 소통의 창을 마련한 그가 사랑하는 자신의 딸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꿈꾼다는 사실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모든 생명체의 원초적 본능은 종족보존이다. 그리고 종존 보존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진화한다. 궁극적으로 인류가 꿈꾸고 바라는 것도 결국은 후손들에게 좀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녹녹치 않다. 맞벌이 부부로 살아야 하는 현실 때문에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보육의 손길을 찾아 어린이집 등에 떠밀리듯 맡겨진다. 그런데 이런 보육시설에서 아이에 대한 학대와 폭력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으니 교육은커녕 최소한의 안전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을 위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은 사치일지도 모른다. 보호 받아야 할 장치들은 허술하게 무너져 가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쉽게 허용되는 이 사회에서 과연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지금 우리는 급속한 노령화, 소득의 양극화, 청년실업 등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를 겪고 있다. 이런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한 나머지 가장 소중하고도 중요한 아이들을 잘 키우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뿐이다. 어린이 보육의 작은 부분에 불과한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두고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 나라에서 자라나야 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면목이 없을 뿐이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이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우리의 책무이며 오랜 인류의 약속을 지켜나가는 일이다. 첨단 과학의 발전과 물질의 풍요로 가득한 세상이 아닌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야 말로 주커버그 만의 꿈이 아니라 우리 보통 부모네들의 가장 큰 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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