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1000냥이면 간은 900냥
내 몸이 1000냥이면 간은 900냥
  • 우래제 교사 <청주원봉중학교>
  • 승인 2016.02.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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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 우래제 교사

옛말에 ‘내 몸이 1000냥이면 간은 900냥’이란 말이 있다. 간이 그만큼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우리 몸에서 간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간은 수백가지의 일을 하면서 1000여 가지의 효소를 만들어내고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화학반응에 관여하고 있다. 간이 하는 일을 크게 몇 가지로 알아보자.

우선 우리 몸의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물질대사에 관여한다. 장에서 흡수된 포도당이 간문맥을 통해 들어오면 혈당이 많을 경우 일부를 글리코겐으로 저장하고 반대로 혈당이 부족하면 저장된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바꾸어 혈당량을 조절해준다. 그리고 단백질을 섭취하면 아미노산 형태로 소화 흡수되는데 이를 간에서 우리 몸에 필요한 여러 가지 단백질로 만들어 낸다. 그리고 지방대사에도 관여하여 콜레스테롤, 인지질을 만들기도 한다. 다음으로 해독작용을 한다. 단백질 분해 산물인 아미노산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면 암모니아가 발생한다. 이 유독성 물질을 독성이 적은 요소로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 간이다.

알콜의 80~90%는 간에서 분해된다. 그리고 니코틴, 수면제 등 각종 약물의 독성도 간에서 해독된다. 그리고 간이 하는 중요한 일 중에 하나가 쓸개즙을 만드는 일이다. 쓸개즙은 지방의 소화를 도와주고 장운동을 활발하게 한다. 그밖에 간은 피브리노겐, 프로트롬빈 등을 만들어 혈액 응고에 관여하며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를 생성하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일을 하기 때문에 내 몸값의 90%를 차지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건강검진 결과 이렇게 중요한 간에 이상이 있다고 재검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싱숭생숭한 마음에 친구가 운영하는 내과에서 혈액검사를 의뢰하고 왔다.

술이라곤 거의 마시지 않는데 웬일일까? 몇 년만의 한파라는 추위에도 등허리 땀 흘리며 일했는데 오늘은 영 힘이 없다. 괜스레 피곤하기만 하다. 정말로 간에 큰 이상이 있는 걸까? 에라 모르겠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는다는데 오늘 날 따뜻하니 냉이나 캐러 가자. 하지만 냉이가 눈에 들어올리가 있나? 한참 어슬렁거리는 데 벨이 울린다. 재검 결과 아무 이상 없단다. 휴! 한숨이 절로 난다. 검진 얼마 전에 먹은 옻닭이 문제였던 것 같다. 옻의 독을 해독하기 위해 간이 무리했나 보다.

이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몇 해전 중3 담임을 했던 학생이 생각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ADHD 진단을 받았다는 학생으로 성적은 전교 최하위권이고 주의산만하고 말썽만 피워 누구도 담임 맡기 꺼리던 학생이었다. 담임 맡고 한 달여 후 학부모 상담을 하고 대학병원으로 진료를 받게 하였다. 1~2주의 긴 진단 결과 ADHD가 아니라는 최종진단을 받았다. 이후 이 학생은 몰라보게 변하여 이제까지 행동을 후회하게 되었고 일부 과목에서 학력 상을 받고 졸업을 할 정도로 모범생이 되었다.

의사(전문가)의 말 한마디가 이 학생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지대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 낙인효과를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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