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에 대하여
섬김에 대하여
  • 김기원<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6.02.24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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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섬김의 사전적 의미는 신(神)이나 윗사람을 잘 모시어 받듦입니다. 유의어로 공경하다, 돌보다, 받들다가 있습니다.

신을 섬기고, 윗사람을 섬기는 데에는 생로병사의 길을 걷는 나약하고 불완전한 인간들의 이기심이 내재해 있습니다.

신을 섬김은 죄 사함을 받고 현세는 물론 사후의 복락까지 누릴 수 있다고 믿는 절대적 섬김입니다. 순교도 마다하지 않지요.

윗사람을 섬김은 윗사람에게 사랑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고, 아랫사람에게 섬김을 대물림받을 수 있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섬김입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섬김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섬기는 것입니다.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섬기고, 부자가 빈자를 섬기는 것입니다.

그 시작은 더불어 사는 가족과 이웃들을 내 몸처럼 서로 귀히 여기며 섬기는 데 있습니다.

아무튼 남을 섬기려면 먼저 자신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돈도 명예도, 자존심도 수치심도, 나태함도 편안함도 모두 내려놓아야 합니다.

내 몸처럼 남을 소중히 여기고, 내 눈으로 보되 눈높이로 바라보고, 기꺼이 그의 손과 발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심신이 건강해야 합니다. 삶에 내공도 길러야 합니다.

건강하지 못하고 내공이 없으면 섬김은커녕 오히려 자신이 돌봄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섬김의 요체는 상대를 기쁘게 하고 편안케 하는 것입니다.

그가 언덕길을 오를 때 밀어주고, 내리막길을 걸을 때 잡아주는 것. 그가 외로울 때 친구가 되어주고, 그가 슬플 때 위로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이 더 값지고 행복하듯이 섬김 역시 그러합니다.

누군가를 먼저 섬기면 그도 나를 섬기게 됩니다.

이게 바로 섬김의 미학이자 인간행위의 최고의 선입니다.

안타깝게도 현대인들은 사람보다 돈을 더 섬깁니다.

돈에 머리를 조아리고, 돈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돈에 양심을 팔고, 돈에 목숨까지 겁니다.

사람만이 희망이고 감동입니다.

그러므로 진정 사람을 섬겨야 합니다.

섬김은 배려이고 위안이고 사랑입니다. 인연 닿는 사람끼리 함께 웃고 함께 울며, 함께 아파하고 함께 즐거워하며, 든든한 벗이 되어주는 삶이 바로 섬김의 삶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습니다.

제 앞가림하기도 벅찰 뿐만 아니라, 자신만 무해 무탈 하면 남이야 죽건 말건 상관없는 자기중심적 삶에 익숙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많던 효자 효녀 열녀는 고전에만 있는 옛날이야기가 되었고,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인면수심의 사건·사고들이 도처에서 연일 일어나고 있습니다.

섬기지는 않고, 섬김만 받으려 하는 현대인들의 일그러진 슬픈 자화상입니다.

서로 섬겨야 합니다.

섬기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섬기면 악인도 선인이 됩니다. 섬기면 떡이 생깁니다.

정치인이 국민을, 종교인이 신자를 진정으로 섬기면 밝은 미래가 열립니다.

이러한 섬김을 마치 자신들의 전유물인양 남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낯가죽 두꺼운 정치인들입니다.

선거 때가 되면 유권자와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겠다며 허리를 90도로 굽히다가도, 당선이 되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온갖 특권을 누리며 국민에게 마구 갑질을 해대는 정치꾼들. 하지만 국민을 깔보면 큰코다칩니다. 성난 민심에 의해 쫓겨나기도 하고 영어의 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부모·형제를 섬기고, 배우자를 섬기고, 이웃을 섬기는 사회.

가정이든 지역공동체든 서로 섬기며 살면 그곳이 바로 천당이고 에덴동산입니다.

선한 섬김이들이 세상의 빛이 되고 있습니다. 인류의 희망이고 축복입니다.

부족하고 미약하기 그지없지만 저 또한 남은 생 섬김이로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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