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이 윤 학
봄밤엔 보이지 않는 문이 너무 많다.
봄밤엔 보이지 않는 문틈이 너무 크다.
캄캄함을 흔드는 개구리 울음 속에서
코 고는 아버지, 밤새워 비탈길 오르시는 아버지,
어금닐 깨물고 계시는 아버지.
불 끄구 자라, 불
끄구 자야 한다.
오십 몇 년간, 밤새워 비탈길 오르시는 아버지.
불을 끌 수 없다, 불을 끄고
캄캄해질 자신이 없다. 혼자가 될
자신이 없다.
비탈길 위에는 밤하늘이 있고
울음과 안간힘과 끈덕짐을
먹고사는 별들이 있다.
부자가 누워 있는 작은 별의 방은
언제나 비탈길 맨 아래에 있다.
# 봄밤의 운치는 없고 아버지의 불안만 가득합니다. 생각해보면 겨울이 지나고 들녘으로 나서야 하는 농부들에게 이 봄은 얼마나 두려운 밤이었을까요. 생명의 움틈이 고단함의 시작이기도 하겠지만,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무게감에 잠에 들 수 없는 운명적 부성(父性)도 느껴집니다. 묵묵히 걸어오신 그 길이 어찌 아버지만의 삶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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