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라, 꿈꾸라 그리고 발전하라
떠나라, 꿈꾸라 그리고 발전하라
  • 유현주<오송도서관>
  • 승인 2016.02.2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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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유현주<오송도서관>


일 년 중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을 코앞에 두고 공무원 독서동아리 회원들과 삼봉 ‘정도전’의 고향 영주로 문학 기행을 다녀왔다. 인삼의 고장 풍기읍과 산세가 빼어나기로 유명한 단양 사이에 있는 고개 죽령을 넘어가면 삼봉 정도전 선생을 비롯해 숱한 인물들을 배출해 낸 선비의 고장 영주에 발길이 닿는다. 영주는 순흥 도호부 읍치 풍경과 유서 깊은 선비문화의 요람지 소수서원, 그리고 우리나라 最古의 목조건축 무량수전의 부석사로 유명하다.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해설사분이 함께 하며 가이드 역할은 물론 역사문화 전반에 걸친 설명까지 해주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가 처음 도착한 곳은 순흥. 이곳은 ‘소백산 참나무 숯불에 쌀밥을 해먹던 천혜의 복지(福池)’로 사방으로 십리 길에 걸쳐 아흔아홉 칸 기와집 몇백 채가 즐비하여 아무리 장대비가 쏟아 부어도 처마 밑으로 다니다 보니까 비를 맞지 않고도 지나다녔다는 곳인데 일제 강점기 때 한 채만 빼고 모두 소실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와집 한 채는 현재 순흥도호부 뒤편으로 이전하여 보전 중이라고 한다. 초입에 순흥도호부를 지키던 400년 된 느티나무 보호수를 지나면, 누워 자라고 있어 와룡송(臥龍松)이라 불리는 소나무의 모습이 장관이다. 저만치에는 서로 다른 소나무가 몸통이 하나가 되어 똬리를 틀고 올라가는 모습이 신비로운 연리송(連理松)이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데, 전국에서 부부 금슬을 빌고자 발길이 끊이지 않는단다.

남쪽으로는 순흥도호부를 오가는 사람들을 맞이하고 보냈던 누각 ‘봉서루’가 있고, 도호부 뒤편에는 관원과 아전의 쉼터 역할을 했던 연못과 정자가 있다. 이렇듯 고요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청미하게 빛나는 풍경들을 감상하다 보면 이곳이 어린 조카 단종의 복위를 위해 애쓰던 금성대군이 거사를 치르기도 전에 밀고 되어 수많은 사람과 함께 죽임을 당했던 비극의 현장이라는 것을 까맣게 잊게 된다.

그다음으로 도착한 소수서원. 우리나라에 세워진 최초의 서원으로, 동방 성리학의 르네상스를 이루었다는 곳이다. 한국 정신문화의 창출지이자 민족 교육의 산실이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매표소를 지나면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지나게 된다. 여기의 소나무들은 적게는 삼백 년에서 길게는 천 년에 가까운 것들이란다. 겨울을 이겨내는 소나무처럼 인생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참선비가 되라고 세한송(歲寒松) 학자수(學者樹)라고 불렀단다. 오른편에 흐르는 죽계천 너머에 있는 바위에는 주세붕 선생이 새긴 유교의 근본사상인 경(敬)자와 퇴계 이황 선생이 새겼다는 백운동(白雲洞)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남아있다. 소수서원의 가장 큰 문인 지도문(志道門)을 통해 들어가면 옛 선비들이 공부하던 시설인 강당과 동재, 서재 등이 보이고 한쪽 편에는 제사시설도 깔끔하게 보존되어 있다. 이제는 쇠하여 쓸쓸하기 그지없는 툇마루에 앉아 그 시절 청빈낙도 하던 선비들을 떠올려 본다.

우리의 마지막 일정은 소백산국립공원의 동쪽 끝에 자리 잡은 부석사. 서기 617년 당나라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의상대사가 창건한 우리나라 불교의 큰 줄기인 화엄종이 처음 열린 유서 깊은 사찰이다. 우린 천왕문을 시작으로 신비하고 아름답기로 소문난 안양루를 거쳐 본전(本殿)인 무량수전(無量壽殿)까지 산길을 오르듯 잘 다듬어진 정취 있는 돌계단을 천천히 올라간다. 드디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이 보인다.

한국 미술사학과 미술평론의 토대를 다진 우리 문화의 거목인 혜곡 최순우 선생이 저서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 쓴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라는 표현이 그대로 생생하게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누가 그랬던가! ‘좋지 못한 여행이란 없는 법이라고. 집에 돌아오면 예상치 못한 경험들이 좋은 이야깃거리가 되기 마련이라’고. 봄이 성큼 다가왔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가벼운 나들이라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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