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중앙현관 사용과 실용지능
학교 중앙현관 사용과 실용지능
  • 양철기<교육심리·박사>
  • 승인 2016.02.1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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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본 세상만사
▲ 양철기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학교 중앙현관을 지나가는 데에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학교 중앙현관은 청소하러 가는 시간과 특별한 경우 외에는 학생들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은, 학교장, 교직원, 외부손님 전용으로 기억된다.

어느 해 3월,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나른한 점심시간, 학생들이 삼삼오오 중앙현관 계단에 반쯤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기고 지나가는 교사들은 그 사이를 요리조리 헤치며 교무실로 향하는 것이었다. 중앙현관 로비는 늘 시장바닥이었다. 일주일 간격으로 붙이는 모의고사 성적과 각종 대자보, 학교소식 등이 어지러이 붙어 있으며, 쉬는 시간이면 중앙현관에 모여 뭔가를 하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중앙현관은 운동장에서 조회나 큰 행사가 있으면 학교장 등 높은 분들이 위엄 있게 앉아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중앙현관 옆 행정실, 교무실, 교장실 문은 늘 열려 있어 학생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교직원들과 뭔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참 신기했다.

중학교 때 서무실은 적막이 흐르는 약간은 무서운 곳이었다(교장실은 가보지도 못했다). 더 신기한 것은 처음 사용해보는 수세식 화장실과 걸려 있는 두루마리 화장지였다. 화장실에 화장지가 떨어지면 학생들은 누구 할 것 없이 행정실로 쑥 들어가 화장지가 없다고 직원에게 말하였다. 그러면 바로 보충이 되었다.

35년 전의 일이지만 지금도 그 장면이 눈에 선하다. 학생들과 교직원들 간의 관계가 자연스럽고 편안했다는 느낌이다.

심리학자 로버트 스텐버그는 분석지능(IQ)과 실용지능을 구분했다. 실용지능은 ‘뭔가를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언제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등을 아는 것’을 포함한다. 즉, 실용지능은 상황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데 필요한 지식으로 의사소통능력, 협상능력이 그 핵심이다.

심리학자 말콤 그래드웰에 따르면 초등학생 때부터 권위를 가진 부모 또는 학교직원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어떻게 자신의 뜻을 관철하고 협상할 수 있는지를 익힌 학생일수록 삶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주변 친구나 선배들이 권위와 어떻게 의사소통하는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권위에 대응하는 ‘감’이 생긴다.

이런 학생들은 권위 앞에서 겁먹거나 기죽어 할 말을 못 하거나 아니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폭발하여 분노로써 자기 의사를 전달할 확률은 낮고 사회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교육은 혁신학교 등을 통해 학생들의 실용지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다만 학교에서 권위를 가진 사람들과 학생들이 의사소통을 연습할 수 있는 학교 건물 구조를 만들어 주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요즘 학교는 현대식으로 지어져 중앙현관 개념이 없는 곳도 많다. 그러나 학생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중앙복도에 교장실, 교무실, 행정실 등이 나란히 있지만 시멘트벽과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출입문은 학교의 권위자들과 학생들이 의사소통할 기회를 적게 할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초중고교에서는 중앙현관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그리고 학교의 자랑거리들을 전시하는 공간으로만 남아있다. 꼭 필요하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다만 학교와 교직원의 존재 이유를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학교는 행정중심이 아닌 사용자 중심이어야 한다.

6년 만에 다시 학교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필자는 꿈꿔 본다.

학교 중앙현관 로비에 투명 유리로 되어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학생지원실이 있어, 어른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의사소통 연습을 할 수 있는 그런 학교를 ….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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