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 배워볼 생각없나?
이 일 배워볼 생각없나?
  • 공진희 기자
  • 승인 2016.02.17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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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공진희 기자(진천주재)

“아저씨, 이 일 배우지 않을래요?”

건강 백세시대에 인생의 반환점을 이제 막 통과한 내게 나보다 일곱 살은 많아 보이는, 그렇지만 나보다 일곱 살 어린 김 부장이 던진 첫 인사였다.

“나야 좋지요”하며 덥석 그의 말을 받아채면서 그는 나의 어린 사부가, 나는 그의 늙은 제자가 되었다.

동장군이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던 11월 중순부터 내가 전수받던 기술은 조립식 건축과 컨테이너 수리. 사장님의 뛰어난 영업능력에 힘입어 한 달 동안 쉰 날이라고는 겨우 하루에 불과했지만 불평이 튀어나오지는 않았다. 일한 만큼 일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부장은 4대 보험이 가입되는 직원으로 일한 날 수에 일당 15만원을 곱한 월급을 받았고 나는 직원이 아닌 일용직으로 일당 10만원을, 보름이 지나면서 11만원씩을 받았다.

“형님, 나랑 같이 2년만 일하면 도배장판 빼고 필요한 기술은 다 배우는 거예요. 그땐 형님 일당도 나랑 비슷해져요. 까짓 거 사업해도 되고요.”

김 부장은 그동안 이 일을 혼자서 해냈다. 왜냐는 질문에 힘없는 대답이 돌아온다. “배우는 사람이 없어서요.”

현장에 젊은이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흔히 용역사무실로 불리는 인력소개소에서 하루 일거리를 기다리는 사람은 외국인이 더 많다. 건설현장에서 일할 때도 내가 막내인 경우가 허다했다. 형틀목수나 용접 등 기능을 요구하는 직종에서도 외국인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외국인이 지시하고 한국인이 보조하는 현상은 벌써 오래된 풍경이다.

청년실업자 100만 시대, 그들은 왜 현장을 멀리할까?

진천지역은 수도권이나 광역시 지역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3D업종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면 4대 보험 가입이 어렵고, 일거리가 들쭉날쭉 이라 돈벌이도 안 되는데다 시쳇말로 ‘노가다’라고 무시당하기 쉽다.

청년 일자리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抛) 세대와 일자리·소득·집·결혼·아이·희망이 없을 것이라는 6무(無) 세대란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한국은 OECD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고 그중 청년세대의 자살률이 유독 높은 나라가 됐다.

희망이 절벽인 시대, 일자리 절벽으로 내몰린 청춘들이 묻고 있다. 출구는 있느냐고?

어떤 사람이 이야기한다. 잘못된 세상에 대해 분노하고 이를 바로잡도록 행동하라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한다. 자기계발에 더 정진하고 눈높이를 낮추라고.

먼 길 돌아 망치 대신 다시 펜을 잡은 사람이 하나 더 덧붙이자. 석 달 전 어린 사부가 늙은 제자에게 던진 그 말. “자네, 이 일 배울 생각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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