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명절
  • 신금철<수필가>
  • 승인 2016.02.1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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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신금철

우리나라엔 다달이 명절이 있다. 그 중 한 해의 첫 명절인 설을 지나 이제 명절의 기분을 떨쳐버리고 한 해의 알찬 계획에 따라 각자의 삶이 시작되었다.

올해 설은 3,000만 명이 넘는 인구의 대이동을 예고하였으니 민족의 대명절이었음엔 틀림이 없다. 고속도로는 막히고 ‘기차표 예매를 성공적으로 했다고 전해라.’는 기쁨을 알리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귀성전쟁이 이어졌다.

간간이 교통사고 소식도 들려 자녀와 친척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초조했을 것이다. 이렇듯 지방에 사는 부모들은 해마다 명절이면 한동안 못 본 친척들과 자녀를 만나는 기쁨도 크지만, 도시에 사는 자식들이 명절을 쇠러 오느라 교통대란으로 고생할 생각을 하면 편한 마음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내 추억의 설날은 어머니가 지어주신 한복을 차려입고 차례를 지낸 후 귀한 떡국을 먹는 즐거움이 있었다. 또한, 부모님과 이웃 어른들에게 세배를 다니며 제사상에 차렸던 과일과 오색과자를 손에 쥐여주면 만족했던 즐거운 날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에겐 평소에 좋은 옷, 좋은 음식에 그리울 것이 없으니 설이면 넉넉한 세뱃돈에 관심이 많다. 일부 부유층은 달러화ㆍ유로화 등 고액의 돈을 주는 때도 있다 하니 세뱃돈은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 같다. 어른과 아이들 사이에 정으로 건넸던 세뱃돈의 의미가 퇴색되는 아쉬움을 남긴다.

조상님을 기억하는 차례의 의미도 부정하고, 국외여행을 떠나 명절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 명절에 시댁을 가지 않는 아내에 대한 화풀이로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으로 차를 돌진하여 큰 사고를 내는 일도 벌어졌다. 명절이 지나면 이혼율도 급증한다니 마냥 명절을 즐거운 날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는 명절에 일어나는 한 가정의 불행이 아니고, 명절의 풍습과 현실의 갈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우려된다.

남성 우월주의와 아들 선호사상에서 남ㆍ녀 평등의 시대가 되어 여성도 사회에 진출하여 바쁘고 힘든 생활을 한다. 서로 배려와 희생의 적절한 조화가 없다면 명절의 갈등은 더욱 심각해지리라 생각한다. 명절 내내 기름 냄새를 맡고, 손이 마를 새 없이 모든 일을 오직 주부에게만 맡기고 모른 척한다면 주부에겐 고통의 명절이 되고, 그 고통은 결국 불화로 이어지게 되며 부모와 자식, 부부 사이에 극심한 상처를 남기는 명절이 될 것이다.

명절이면 며느리가 셋인 나는 더욱 신경이 쓰인다. 명절 며칠 전부터 남편에게 자식들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며, 다소 차례 준비가 늦더라도 서두르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하고, 아들 셋은 스스로 상 차리기와 설거지를 돕고, 기쁜 마음으로 며느리들 선물을 준비한다. 그리고 명절이 끝나 집으로 무사히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으면 휴대전화 가족 밴드에 아들과 며느리들에게 수고에 대한 감사의 메시지를 보낸다.

우리 집은 이번 설에도 며느리들 셋이 화기애애하게 서로 배려하고, 가족들이 함께 도우며 즐거운 명절을 보냈다. 그러나 명절을 지내고 불만과 원망이 쌓여 갈등을 겪는 이들의 글을 읽으며 행여 우리 며느리들도 명절이 힘들지는 않았을까 염려스러웠다.

‘나의 며느리는 다른 이의 귀한 딸이요, 나의 딸도 다른 이에겐 며느리이며 딸과 며느리는 장차 시어머니가 될 것’임을 생각하여 우리의 전통문화가 사랑과 배려로 갈등 없는 즐거운 명절로 계승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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