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대가 ‘결자해지’를
영동대가 ‘결자해지’를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6.02.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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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권혁두 국장

“일방적 퍼주기라는 언론의 뭇매를 맞아 가면서도 국민체육센터와 기업지원센터, 기숙사 건립 등에 150억원 이상을 지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동대는 군민들의 격렬한 반대를 외면하고 아산 제2캠퍼스를 강행했고 마침내 6개 학과를 옮겨가 다음달 개교합니다. 이런 와중에 대학이 (지역 연고를 상징하는) 교명 변경까지 추진하자 군민들은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영동군이 지난 주 교육부에 전한 건의문에서는 영동대에 대한 서운함을 넘어 배신감이 묻어난다.

영동대는 교명을 ‘U1(유원)대학교’로 바꾸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교육부에 인가를 신청했다. 대학은 이미지를 쇄신하고 지역색 탈피로 글로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밝혔다.

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알게된 영동군은 영동대의 개명 신청을 기각해달라는 요지의 건의문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군의회도 조만간 강력한 대응에 나설 태세이고 지역 사회단체들의 움직임도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

영동군의 영동대 지원이 대학이 소재한 다른 지자체와 비교할 때 파격적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영동대가 받기만 한 것은 아니다.

대학의 지역에 대한 기여도도 군의 지원 못지않게 크다. 교직원까지 포함해 영동대의 상주 식구는 3500명에 육박한다. 변변한 공단 하나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이들은 지역 소상인들의 생계를 지탱하는 젓줄 역할을 해왔다. 주소 이전을 하는 학생도 적지않아 인구 증가에도 큰 몫을 한다. 일방만 수혜하는 관계가 아니라 공생적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얘기다.

대학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현실도 외면하기 어렵다. 영동대는 교육부 평가에서 부실대학 리스트에 단골로 오르며 학과 구조조정과 이미지 쇄신이 급박한 처지에 놓였다. 학과와 정원을 감축하라는 교육부 압력이 거세다. 올해부터는 두 집 살림을 해야하는 데 따른 재정적 부담도 커졌다. 이름을 바꿔서라도 활로를 찾아야겠다는 대학의 다급한 처지를 이해못할 바 아니다.

이런 점을 두루 감안하더라도 이번 분란의 책임은 온전히 대학에 지울 수밖에 없다. 자초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학은 아산캠퍼스를 은밀하게 추진하다 들통이 나 곤혹을 치렀던 전력이 있다. 이번에도 지역의 반발을 의식해 개명을 몰래 추진했다는 의혹을 사고있다. 영동군과 영동대는 부군수와 대학 기획처장 등으로 구성된 상생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이 교육부에 개명을 신청한 지난해 12월 이 협의체 정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도 대학 측은 교명 변경과 관련해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한다. 시점도 공교롭다. 아산캠퍼스 개교를 앞두고서다. 개명 추진이 대학 운영의 중심이 아산으로 옮겨가는 전조로 오해받는 이유다.

정당한 행위도 숨어서 눈치보며 하면 저의를 의심받기 마련이다. ‘대학이 지역 연고를 포기하고 아예 인연을 끊을 작정’이라는 극단적 우려와 불안이 나오는 것도 추진 과정이 떳떳치못한 탓이 크다.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기숙사 건립비까지 지원하고 있는 군에 협의는커녕 사후 통보조차 하지않은 무례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문패만 바꾼다고 이미지가 달라지느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따라서 이번 분란은 대학이 주도해 수습해야 한다. 교육부에 제출한 개명 신청을 스스로 거둬들이는 것이 우선이다.

지역에 대학의 절박한 처지와 개명의 불가피성을 호소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다음 순서다. 두 곳의 캠퍼스를 동시에 발전시킬 윈윈전략과 투자 계획 등을 소상히 밝혀 군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공감을 얻은 다음 재 신청하는 것이 옳다. 이미 지역에서는 아산캠퍼스 추진 당시에 버금가는 격렬한 반발이 예고되고 있다. 지역이 소란해지면 교육부의 개명 인가는 더욱 불투명해진다. 지역과의 불화만 남는 소탐대실(小貪大失)로 끝날 공산이 높다는 얘기다.

이 참에 형식적 운영에 그치고있는 상생협의체도 정비했으면 좋겠다. 박세복 군수와 채훈관 총장이 직접 참여해 무릎을 맞대는 수준으로 격상돼야 이번같은 불통을 막을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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