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보냈더니
설 연휴를 보냈더니
  • 김기원<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6.02.10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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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5일간의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올 설에도 고속도로는 끝없는 귀성행렬로 몸살을 앓았고, 고향을 오가는 기차도 귀성객들을 실어 나르느라 진땀을 뺏습니다.

경제가 어렵다, 살기가 빠듯하다 하면서도 공항에는 국외로 유명관광지로 떠나는 여행객들로 넘쳐났습니다.

그렇게 민족의 대이동을 불러왔던 설 잔치도 끝이 났습니다.

모처럼 일가친척을 만나고 고향 친구들도 만나 회포도 풀었을 겁니다. 그러나 이 땅의 많은 며느리가 명절증후군으로 몸살을 앓았을 것이고, 많은 아들은 노쇠해져 가는 부모님 걱정에 속 울음을 울었을 것입니다.

꿀맛 같은 휴식을 통해 심신을 충전한 이들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아 심신이 망가진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남들은 선물꾸러미 들고 신나게 고향 가는데 오히려 비상근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군인 경찰 소방관과 귀성객을 실어 나르는 교통종사자들이 그들입니다. 그들이 있어 국민이 모두 설 명절을 편히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아무튼 설은 우리 민족 최대명절입니다.

아직도 설을 구정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 세시풍습에 구정이란 말은 없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의 민족정신을 말살하려고 설을 구정이라 격하하고 양력 1월 1일을 신정이라 부르며 신정에 떡국을 먹도록 강제했습니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이중과세는 서민살림을 어렵게 한다는 명분으로 신정을 쇠게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국민의 힘으로 설을 다시 찾았으니 설을 구정이라 부르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설날 아침에는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웃어른들께 세배를 드린 후 차례 상에 올린 음식을 음복하며 함께 떡국을 먹습니다.

산업화가 되면서 마을을 돌며 동네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렸던 풍습은 사라지고, 대신 세뱃돈 주는 문화가 불길처럼 번졌습니다.

세배문화가 빈자들을 힘들게 합니다. 세뱃돈 때문에 세배를 사절하기도 하니까요.

설날에 즐겼던 놀이로 윷놀이, 연날리기, 널뛰기, 투호 등이 있습니다.

윷놀이는 살아남았으나, 나머지는 겨우 명맥만 유지한 채 민속박물관이나 민속마을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유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요즘 차례도 지내지 않고 설 연휴를 활용해 국외관광지나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는 가족들이 늘어나는 세태입니다.

설문화가 바뀌고 있습니다. 분명 설은 설인데 다 같은 설이 아닙니다.

까치설날에 북한이 광명성 4호라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세계를 경악게 했습니다.

그들의 인민들은 설빔은 커녕 끼니를 걱정하며 사는데, 수천억 원의 돈이 드는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는 연이은 북한의 도발을 자국의 국익 배가에 활용하려 할 뿐 우리 국민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군은 수소폭탄에 이어 장거리탄도미사일까지 보유한 북한군을 제압할 방책이나 수단이 있는지, 그저 미군의 핵우산을 믿고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지는 않은지 심히 걱정이 됩니다.

이런데도 한심한 국회와 정치권은 4월 총선의 표밭 다지기에만 골몰할 뿐 국태민안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아직도 선거구획정도 하지 못하고 서로 남 탓만 하고 있습니다.

총체적 난국입니다.

안보도 위태롭고, 수출도 줄고, 내수와 서민경제도 바닥입니다.

그런데도 국론은 분열되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결혼, 출산, 취업은 물론 희망마저 포기하고 있습니다.

위정자들이 정신 차리지 못하면 국민이라도 깨어 있어야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각자 맡은 바 직무와 직분에 충실해야 합니다.

설도 쇠고 나이도 한 살 더 먹었으니 나잇값 하라고 성화입니다.

/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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