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소본능(2)
귀소본능(2)
  • 반영호<시인>
  • 승인 2016.02.0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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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 앞에서
▲ 반영호

주말에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금강하구를 다녀왔습니다. 운전이 서툰데다가 길치라서 운전대만 잡으면 지레 겁부터 납니다. 그래도 용기를 냈던 것은 세상에 누구보다도 상냥하고 친절하고 똑똑한 네비아가씨가 동행을 했기 때문이죠. 300여리의 거리는 장장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긴 여행입니다.

막상 출발하려 하니 욕심이 더 생기는 거 있죠. 요즘이 한창때로 가장 많은 겨울새가 와 있는 시기인데 낙동강 고니도 보고 싶은 거예요. 지난주에는 낙동강에 큰고니 3600마리가 와 있었다는군요. 연평균 3000마리임을 생각하면 올해는 좀 더 많이 온 것입니다. 국내에 찾아오는 큰고니의 60%가 낙동강으로 옵니다. 그래서 큰고니는 낙동강 하구의 상징과 같은 존재입니다.

낙동강은 겨울에도 얼지 않는 곳인데다 모래톱, 갈대밭 등 다양한 모습을 갖추고 있어 새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곳이죠.

기왕 내친김에 낙동강까지 가보고자 준비를 철저히 했습니다. 금강에서 낙동강은 100㎞ 이상 더 가야만 하는데 그러면 총 거리가 600리나 됩니다.

근래 100리 이상 주행해 보지 않았거든요. 참 꿈도 야무지지….

해 질녘 수십만이 날아올라 펼치는 군무는 실로 장관입니다. 누구의 지휘 지시도 없이 수많은 새가 동시에 움직이는데 어떻게 한 치 오차 없이 저토록 일사불란할 수 있을까? 어떤 무리가 저만 숫자로 어떤 통제도 없이 질서 있게 행동할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근데 올해엔 금강하구의 가창오리떼는 기대만큼 많은 숫자의 철새들이 한반도를 찾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처음인 나야 감탄에 감탄이었지만 최근 환경변화 등으로 철새들의 개체 수가 줄어드는데다가 이상기후 현상 등으로 철새들의 이동이 늦어졌기 때문이랍니다.

수십만 마리가 함께 날아올라 화려한 비행을 선보이는 가창오리, 국내에 10여만마리만 와 있을 뿐인데 이마저도 가장 많이 모이던 금강하구를 지나쳐 해남과 영암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합니다. 선발대로 볼 수 있는 10여만마리인데 본격적인 이동수라 할 수 있는 수십만마리가 중국 남부까지만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중국 남부에서 한반도까지 내려오기 위한 충분한 몸을 만들지 못했거나 이상기온 등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게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대부분 조류는 계절에 따라 이동합니다. 그 이동거리가 매우 긴 것을 철새라고 합니다. 실험으로 확인된 바로는 제비는 같은 마을에 대부분이 되돌아왔으며 갈매기류에서는 같은 부부 갈매기가 같은 둥우리에 몇 해 연속하여 되돌아왔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이동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환경조건에서는 먹이, 일조시간, 기온, 태양광선의 각도 등의 변화를, 체내요인으로서는 생식의 기능 변화나 호르몬, 비타민의 변동 등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철새의 이동은 일정한 이동구간을 거치는 것이 많은데 어느 방향으로 갈지 결정하는 것과 어떤 구간을 거쳐 갈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무엇에 근거하는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육지의 지형 기억, 태양컴퍼스에 의한 것, 별자리를 보고 따라가는 것 등 여러 가지 가설이 있습니다.

새들은 시력이 사람의 300배, 청각은 200배, 후각은 150배가 높다고 합니다. 참 대단한 능력임이 틀림없죠. 해마다 우리 집 처마 밑에 둥지를 트는 한국의 텃새 딱새는 철새는 아니지만 산란할 때면 제비처럼 찾아와 둥지를 보수하고 새끼를 칩니다. 특별한 케이스일까? 딱새가 지난해의 그 부부인지 확인은 못 했어도 참 신기해요.

딱새가 둥지로 돌아오면 누렁이가 법석을 댑니다. 반가워서 그러는 건지 적수가 나타나서인지는 모르나 분명한 것은 새와 개들은 서로 좋은 관계는 아닌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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