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지능 높이기
실용지능 높이기
  • 양철기<교육심리·박사>
  • 승인 2016.02.0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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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본 세상만사
▲ 양철기

군대나 단체 생활을 하다 보면 고문관이 있게 마련이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알아서 하지 못하며 시키는 일도 제대로 못 하고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는 사람들인데 그들이 남들보다 덜떨어진 인물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고, 오히려 학벌도 좋고 굉장히 박학다식한 경우가 많다. 학교성적이 아주 우수했고 일류대를 나왔으나 사회에서 실패하는 사람, 지적 능력은 탁월하나 사회적 교류에는 무능한 사람, 반면에 학교나 가정에서는 무시 받았으나 사회적으로 성공해 안정적이고 유복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다.

심리학자 로버트 스텐버그는 위의 경우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실용지능(practical intelligence)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IQ는 흔히 분석지능으로 불리는데 이는 유전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 6개월부터 말을 하고 세 살 때 읽는 법을 깨우치고 등등의 능력을 말한다. 반면 실용지능은 후천적으로 습득하는 지식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줄 아는가와 관련돼 있다. 스텐버그에 따르면 실용지능은 ‘뭔가를 누구에게 말해야 할지, 언제 말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등을 아는 것’을 포함한다. 이것은 방법에 관한 것으로 본질적으로는 실천의 문제로, 상황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데 필요한 지식이다. 실용지능은 후천적으로 발달하며 가정환경이나 부모의 태도와 관련이 깊고, 사회적 문화도 크게 작용한다. 성공은 단순히 IQ가 높은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생겼을 때 언제 누구에게 어떻게 말을 해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아는 실용지능이 높은 사람이 한다. 실용지능의 핵심은 의사소통능력이다. 심리학자 말콤 글래드웰은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어릴 때부터 권위를 가진 사람과 어떻게 대화하는지 잘 익혔던 사람일수록 커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종단적인 연구결과를 통해 밝혔다.

한편 그는 가난한 부모들은 학교에서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져도 잘 대응하지 못하고 쉽게 수용하거나 권위 앞에서 겁을 먹고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고, 부유한 학부모들은 권위 앞에서도 자신의 의견이 잘 수용되도록 지혜롭게 피력한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란 학생들은 권위에 대한 ‘감’이 생기는데 이런 감이 그들의 실용지능을 높여 사회적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기보다 높거나 힘이 센 사람과 거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교사 앞에서 자기 생각을 말하거나, 의사 앞에서 증상을 설명하고 질문하는 것, 오해나 부당한 대접을 받을 때 자기 의견을 주장하고 설명하는 능력은 성인이 됐을 때의 성공 가능성을 좌우한다. 부모의 양육태도는 실용지능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병원에서 의사 앞에서 아이가 대답을 지체하면 못 참고 대신 대답하는 경우, 권위 있는 사람 앞에서 자기 의견을 펼치지 못하고 주눅이 드는 경우, 불만이 있어도 앞에서는 침묵하고 나중에 불평하면서 체념하는 경우 아이들은 이런 부모의 무력감을 학습하며 자란다.

가족관계가 해체되어가는 사회라면 학교가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할 것이다. 학교는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 해도 원래 다 평등하기에 그들 앞에서 주눅이 들 필요 없고, 반대로 나보다 못해 보이는 사람 앞이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학교 구성원 간의 실제 관계를 통해 체득하게 해 줘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기꺼이 질문하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그것을 가치 있게 대접해 권위 있는 사람과 스스럼없이 의견을 나누고 친밀하게 대함으로써 어떻게 의사소통 하는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실용지능을 높이는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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