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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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2.0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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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백 석

 

  내가 언제나 무서운 외갓집은
  초저녁이면 안팎마당이 그득하니 하이얀 나비수염을 물은 보득지근한 북쪽제비들이 씨굴씨굴 모여서는 쨩쨩쨩쨩 쇳스럽게 울어대고
  밤이면 무엇이 기와골에 무리돌을 던지고 뒤우란 배나무에 쩨듯하니 줄등을 헤여달고 부뚜막의 큰솥 적은솥을 모조리 뽑아놓고 재통(뒷간)에 간 사람의 목덜미를 그냥그냥 나려 눌러선 잿다리 아래고 처박고
  그리고 새벽녘이면 고방 시렁에 채국채국 얹어둔 모랭이 목판 시루며 함지가 땅바닥에 넘너른히 널리는 집이다.


 

 

# 명절이면 둘레둘레 온 가족이 외가로 향했습니다. 들길을 지나 한참을 걸어야 했지만 어린 우리들의 발걸음은 가뿟했습니다. 그곳에는 외할아버지의 쌈짓돈만큼이나, 부엌에서 고슬고슬 익어가는 떡내음만큼이나, 호랑이 삼촌의 어마 무시한 귀신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죠. 무서운 이야기에 취해 으스스 뒷간도 못 가고 이불을 뒤집어쓴 채 하얗게 밤을 새우고 나면 사랑방 댓돌에 놓였던 신발도 감쪽같이 사라졌던, 그런 외가가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외가의 추억을 어디에서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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