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개인주의자 선언
  • 정선옥<음성도서관장
  • 승인 2016.02.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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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정선옥

마이클 샌델의‘정의란 무엇인갗에는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이 나온다.

행복을 극대화하고 자유를 존중하며 미덕을 기르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 중에서 자유는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심리학자 김정운이 교수직을 그만두고 미술 공부를 위해 일본에 건너간 기사를 읽었다. ‘난 이제부터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한다. 만나기 싫은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는 단호한 의사표현이 왠지 끌렸다.

새해가 되면서 각종 모임을 정리하고 있다. 오랜 직장 생활과 자녀 양육으로 모임이 제법 많다. 모임에 함께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될까 두려워 열심히 참여했다. 그러나 모임 후 늦은 귀갓길에는 허무함과 상실감만 커졌다.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에 투자하려고 한다. 내가 재미있어하는 일을 하고,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과 교류하며,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려고 한다.

때로는 개인주의자라는 원망을 듣겠지만 나는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를 선언하고 싶다.

현직 인천지방법원의 부장판사인 문유석의 저서‘개인주의자 선언(문학동네)’은 올해 내 결심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는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말한다. 합리적 개인주의자는 이기주의나 고립주의 의미는 아니다.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선호하며 정해진 규칙을 준수한다. 다른 의견의 사람과 타협할 줄 알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유를 추구한다.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더불어 사는 사회, 타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저자는 개인주의, 합리주의, 사회의식이 균형을 이룬 사회가 바로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임을 말한다.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판사의 신분이지만 문학작품 읽기의 중요성도 이야기한다. 문학이 인간의 개별성, 예외성, 비합리성을 체험하게 해준다고 말한다.

우리가 경험한 것만으로는 수많은 비상식의 세계를 이해하거나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유연성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문학 읽기를 통해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생각, 다양한 세상을 간접경험 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개선할 힘을 얻는다.

마이클 샌델이 말하는 자유, 김정운의 단호한 의사 표현,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은 내용은 다르지만 개인의 권리를 존중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개인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불필요한 관심은 배제하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삶이 중요하다.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장이 와 닿는다.‘우리 하나하나는 이 험한 세상에서 자기 아이를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하지 못하다.

우리는 서로의 아이를 지켜주어야 한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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