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께 청한다 동생들 손잡고 외가에 오시라
박근혜 대통령께 청한다 동생들 손잡고 외가에 오시라
  • 김기원<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6.02.01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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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김기원

대통령도 사람이다.

당연히 낳아준 부모가 있고, 친가도 있고 외가도 있다.

외가는 어머니 친정을 일컫는다.

어머니가 태어나고 자란 곳, 어머님을 낳아주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사는 곳, 그곳이 바로 외가이다.

그러므로 어머니 품이 포근하고 그립듯 외가는 늘 마음의 고향이다. 그러나 외가도 어머님 손잡고 갈 때가 좋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생존해 있을 때가 좋다.

두 분 모두 돌아가시고, 어머님마저 작고하시고 나면 외가는 적막강산이 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와의 1남2녀 중 장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공도 많고 과도 많아 국민의 호불호가 엇갈리지만, 육영수 여사는 대부분 호감과 애틋한 정서를 갖고 있다.

육영수 여사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충북 옥천군 옥천읍 교동리이다. 그곳에 육영수 여사의 생가인 친정이 있고, 박근혜 대통령과 두 동생의 외가가 있다.

육영수 여사의 아버지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외할아버지였던 육종관 옹은 충청도 지역의 대표적인 갑부여서 고래 등 같은 대저택에 살았다.

1965년 욕종관 옹이 타계하고, 1974년 육영수 여사가 문세광의 총탄에 서거하자 그 대궐 같던 집이 주저앉고 허물어져 세도의 무상함을 보여주었다.

폐가가 되다시피 한 육 여사 생가를 옥천군이 우여곡절 끝에 복원하여 옛 모습을 되찾게 되었고, 지금도 육영수 여사를 추모하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각설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설 연휴 기간에 동생들 손잡고 외가에 다녀가시라.

일정상 어려우면 임기 중에 꼭 한 번 내려와 어머님의 숨결이 녹아있는 외가를 둘러보고 가시라.

생뚱맞게 웬 외가 타령이냐 할 것이다. 챙겨야 할 국정 현안이 많은데 한가로이 외가에 갈 형편이냐고 지청구를 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거듭 청한다.

대통령이 재임 중에 잠시 시간을 내어 동생들과 함께 외가를 둘러보는 것은 가정과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아름다운 인간행위이다. 환영 나온 주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로 민심을 살필 수도 있으니 나쁠 게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충북에 올 때마다 어머님의 고향인 충북을 사랑한다고, 충북인들은 남이 아니라고 수없이 외치고 다녔다. 충북도민은 그런 그에게 연대의식을 느끼며 몰표를 주었고, 국태민안하게 하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기를 성원했다.

세월은 유수 같아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어느덧 3년이 되었다.

그동안 충북에 몇 번 오기는 했으나 외가에는 한 번도 들린 적이 없다.

박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 갈 때마다 충북인들은 외가에는 한 번 안 오시나 하는 푸념을 하며 그래도 한 번은 오시겠지 하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역대정권에 비해 친인척 관리를 엄하게 한다고 알려졌다.

끝까지 그리해야 한다.

그러나 동생은 동생이다.

미우나 고우나 퇴임하면 만나야 할 필연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설 연휴기간이든, 별도로 날을 잡든 동생들 손잡고 외가에 와서 혈육의 회포를 풀기 바란다.

두 동생은 남은 기간 대통령에게 결단코 짐이 되지 않겠다고, 박 대통령은 초심을 잃지 않고 퇴임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국정수행에 진력하겠다는 결연한 다짐을 외가 대청마루에서 하면 좋으리라.

그리하면 TV로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도 따뜻해질 것이다.

옥천의 외가는 지금도 대통령이 된 장한 외손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꼭 오시라, 더 늦기 전에. 육영수 여사의 넋이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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