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글로벌화, 디지털화 준비해야
영화의 글로벌화, 디지털화 준비해야
  • 이호규<남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
  • 승인 2016.01.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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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이호규

우리가 사는 세계와 그 세계 속의 영화적 공간과 트렌드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한 나라에서 제작된 영화는 온라인과 국외 배급을 통해 수십만 리 떨어진 외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한·중 합작, 한·할리우드 합작 등 글로벌 제작시스템이 보편화하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시각특수효과(VFX) 제작 전문 기업 덱스터가 코스닥시장에 등록했다.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 등을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2012년 신작으로 ‘미스터 고’라는 한중 합작 영화를 만들게 됐다.

그런데 주인공은 고릴라. 실제 고릴라에게 연기를 시킬 수 없으니 결국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야 했다. 특히 털과 표정·움직임 등을 생생하게 표현하려면 수준 높은 시각 효과 기술이 필요했다. 미국 회사에 의뢰하려고 하니 300억원이 필요했다.

김 감독은 생각을 바꿨다. 직접 한국에서 VFX를 제작해 기술력을 키우고, 이를 바탕으로 거대한 중국 시장에 도전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덱스터는 이렇게 탄생했다.

덱스터는 영화 속 고릴라를 125억원에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13년 7월 개봉한 ‘미스터 고’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VFX 기술과 노하우는 남았다.

그 결과 많은 한국 영화제작사는 할리우드가 아닌 국내 글로벌 제작시스템에 안심하고 의뢰하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실제 덱스터는 ‘해적’(2014) ‘서부전선’ 등 국내 영화의 VFX를 담당했다.

이뿐만 아니다. 이 회사는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로 고난도 영상을 구현하며,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국 영화 시장에서 사업을 점점 확대해나가고 있다. ‘적인걸2’(2013) ‘몽키킹’(2014) ‘타이거 마운틴’(2015) 등 중국 영화의 VFX를 해냈다. 중국 내 VFX 시장은 지속해서 확대해 2017년 북미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전망이어서 덱스터의 장래는 더욱 밝다.

VFX뿐만 아니다. 지난 4년간 중국 영화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40.4%에 달한다. 현재 중국 영화 시장은 2013년 기준 연간 637편이 제작됐으며, 273편이 극장에서 상영됐다. 극장 수는 3200여 개, 스크린 수는 2만여 개로 한국보다 9배가량 큰 시장이다.

과거 무협사극이 중국 관객에게 사랑을 받았다면 최근에는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 SF,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많은 한국 영화 제작자에게 기회의 땅이 틀림없다.

이처럼 영화 산업이 내수시장에 안주하는 시대는 끝났다. 모두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중국과 ‘미스터고’를 함께 했던 쇼박스 미디어플렉스가 중국 1위 민영 영화제작사인 화이브라더스와 손잡고 쇼박스차이나를 설립, 3년간 6편 이상 한중합작 영화를 제작해 5조원 규모의 중국 영화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시대의 흐름에 걸맞은 전략이다. 앞으로 이런 합작 영화 기업들은 계속 쏟아져 나올 것이며, 국내의 좁은 영화시장을 넘어 중국을 거쳐 아시아 전역으로 뻗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 시장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과 소비패턴을 고려한 플랫폼 다양화 등 진취적인 사업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도록 국내 영화인들은 글로벌화한 현재 상황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으로 주 소비계층으로 떠오른 중국과 아시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적 계획을 세워야 할 때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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