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타령 2
사람 타령 2
  • 김기원<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6.01.2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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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시간(時間)과 공간(空間)처럼 인간(人間)도 사이 間자를 씁니다. 시간이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를 의미하듯, 공간이 어떤 물질이나 물체가 존재할 수 있거나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를 의미하듯 인간도 사람과의 사이 즉 사람과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주어진 시간과 공간 속에서 더불어 사는 의존적이며 관계지향적인 존재가 바로 인간입니다. 부모와 자식도, 남편과 아내도, 스승과 제자도, 선배와 후배도, 친구와 동료도, 상사와 부하도 모두 의존적 관계입니다.

존 듀이도 교육의 가능성이 ‘의존성’에 있다 했습니다. 의존이라 하면 누군가에게 기대어 산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남을 도와줄 수 있고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알아야 배울 수 있고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문명도 진화시킬 수 있습니다.

텅 빈 객석과 아무도 없는 운동장은 쓸쓸합니다. 집도 사람이 거처하지 않으면 폐가가 되듯 낙원도 사람이 없으면 폐허가 됩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사람의 온기가 있어야 존재에 꽃이 핍니다.

세상에는 피부색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저마다의 꿈을 안고 살아갑니다.

성공한 사람 실패한 사람, 행복한 사람 불행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세상에 꼭 있어야 할 사람, 있으나마나한 사람, 차라리 없으면 좋을 사람도 있습니다. 상대하기 편한 사람, 만만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왠지 거북하고 까닭 없이 싫은 사람도 있습니다. 준 게 없는데도 밉상인 사람과 받은 것 없는데도 곱상인 사람처럼. 아무튼 사람들은 모두 자기중심적 사고를 합니다.

내게 잘하면 좋은 사람이고 내게 못하면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습니다. 내게 좋은 사람이 남에게는 나쁜 사람이 될 수 있고 내게 나쁜 사람이 남에게는 좋은 사람일 수 있습니다.

욕심과 집착, 선입관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관계가 바로 섭니다.

혜민 스님이 나이 50에 깨달았다는 이 세 가지를 곱씹어 보기 바랍니다.

첫째는 내가 상상하는 것만큼 세상 사람들이 나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셋째는 남을 위한다면서 하는 거의 모든 행위들은 사실 나를 위함이었다.

그렇습니다. 한평생 남을 의식하며 아등바등 사는 범부들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자신이 먼저입니다.

자신에게 잘 보이고 자신에게 인정받고 자신부터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심신을 건강하게 하고 실력을 쌓고 선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 남을 사랑할 수 있고 큰일도 할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제일 좋은 구경거리는 단연 사람구경입니다.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경기도, 아름다운 예술 공연도 모두 사람구경입니다. 한류스타를 보기 위해 현해탄을 넘어오는 일본인 아줌마 팬들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보기 위해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도 사람의 목소리이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선도 인체에 있으며 진·선·미도 모두 인간에게서 나옵니다. 그런 위대한 사람들이 외딴섬처럼 살고 있습니다. 아파트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수인사도 없이 외딴섬으로 삽니다.

인간도 나무처럼 적당한 간격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간격이 너무 벌어지면 서로 기댈 수 없게 되어 관계가 소원해집니다. 섬은 더욱 외롭고 쓸쓸해 고립무원이 됩니다.

사람냄새가 그리운 계절입니다.

사람냄새 풀풀 나는 사람을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습니다.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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