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이들
겨울, 아이들
  • 김영희<수필가>
  • 승인 2016.01.2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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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김영희

창 밖 다래 덩굴에 감긴 단풍나무의 가지 끝 단풍잎 몇 개, 나무와 같은 색으로 변한 채 나부낀다. 아이들과 나뭇잎에 관한 활동을 할 때마다 모델이 되어주곤 하는 나무. 잎을 떨구던 계절에도 함께 하였고 매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그러나 늘 그 나무로 창밖의 배경이 되어주고 있다.

오늘도 “애들아, 나뭇잎이 몇 개 달렸네. 저기 좀 봐” 이야기를 하였더니 별로 관심이 없는지 반응이 없다. 아이들의 관심은 인사도 나누기 전부터 다른 곳에 있었다. 겨우 인사를 나누고 겨울옷에 관하여 이야기 나누기와 옷의 무늬를 그려보는 활동을 대충대충 마무리하는 아이들은 그들의 본심을 바로 이야기한다.

놀이용 싱크대를 한 번만 눕혀놓고 놀겠다는 아이들의 청을 고개를 끄덕여 해도 된다는 표현을 해주었다. 박스로 만든 작은 의자들, 단어 꾸러미, 공 바구니, 블록을 싱크대 공간에 채우고 아이들이 들어가 앉아 나머지마저 채우고 있다. 아이들만 옹기종기 들어가 앉아 기차놀이를 하려는 줄 생각했는데 여러 놀이기구를 쏟아놓으니 금세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때마침 창 밖의 나뭇가지가 심하게 흔들리며 윙윙 소리를 낸다. 바람은 아이들이 싱크대를 일으키는 소리에 묻힌다. 세워진 싱크대를 흔들어 대는 아이들…. 바닥은 온통 흩어진 장난감이다.

아이들이 충분히 느끼며 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놀게 할 것인지 순간 고민이 되었다. 매일 이렇게 할까 봐 조바심이 났다. 안 되겠다. 싶어 “정리하고 점심 먹어야 해요,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노래를 시작하였다. “체 선생님 미워. 아 잠깐만요” 막무가내로 이구동성이다. 좀 단호하게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하였더니 “왜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요?”라며 더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아이들. 한 녀석이 말하면 따라하며 같은 패로 뭉치는 듯한 모양이 된다.

혼자 속으로 큭 웃으며 아이들에게 허용의 기준을 어디까지 두어야 할까 생각을 정리한다. 뛰지 말라, 조용히 놀아라, 규칙을 지켜라.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잔소리쟁이가 되고 말겠지. 어느 정도 잔소리쟁이가 되었지만, 나름대로 스스로 매일 최면을 걸며 기도한다. 되도록 말을 좀 줄이자, 감정으로 하지 말자, 부드럽게 때론 단호하게, 무조건 사랑하자. 하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일관성 있는 모습으로 함께 해야 함을 가끔 잊어버리기도 한다.

추운 날씨 탓에 교실이 썰렁하다. 아이들의 이야기소리로 시끌시끌하여 그나마 썰렁함이 덜한 듯한 날. 하원 차량 운행을 하며 산을 바라보니 봉우리마다 비슷한 높이로 함께하는 나무들이 있다.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고 정겨워 보이기도 하였다. 머지않아 봄이면 함께 새순 틔우며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겠지. “산에 나무가 많아요, 아! 예쁘다~아, 구름이 보이는 날이면 구름이 나를 따라와요”라며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응대해 주며 저 산봉우리의 나무를 닮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보여주는 아이들. 오늘도 선생님을 부르는 아이들을 향해 가장 크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 나를 믿고 부르고 요청하는 어린 아기들 사랑한다’ 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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