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명이 살아도 서울은 외롭다
천만 명이 살아도 서울은 외롭다
  • 이지수 <옥천 삼양초 사서교사>
  • 승인 2016.01.25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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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이지수

‘외로움’

이 말을 듣고서 과연 이 단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적어도 한 번쯤은 가슴 한쪽이 묵직하거나 싸해지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오욕칠정(五慾七情)’이 있는데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는 공통적인 마음이다. 오욕은 사람의 다섯 가지의 욕심(식욕, 물욕, 수면욕, 명예욕, 색욕)이며, 칠정은 일곱 가지의 감정으로 희(기쁨), 노(화남), 애(슬픔), 락(즐거움), 애(사랑), 오(미움), 욕(욕망)이다.

이 중 외로움은 어디 즈음에 속할까? 혹시 오욕에서 출발했으나 뜻대로 되는 것이 없기에 넓은 세상에서 나만 홀로 외롭다고 느끼게 되는 것인가, 아니면 칠정의 감정 중 슬픔이 변한 다른 모습인가?

‘천만 명이 살아도 서울은 외롭다(신옥철·웅진지식하우스)’는 우리가 느끼는 외로움이란 오욕칠정의 감정 중 어느 즈음인지는 잘 모르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는 걸 일깨워주는 산문집이다.

이 책의 저자인 신옥철 님은 우리에게 ‘아웃사이더’라는 래퍼로 잘 알려졌다. 내가 기억하는 아웃사이더는 1초에 17음절의 속사포 랩을 마구 쏟아냄에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정확한 발음을 가진 래퍼이다. 그런 그가 외로움에 대해 말이 아닌 글로 쏟아낸 산문집은 쉽게 공감할 수 있었으며, 주변의 많은 소통과 대화 속에서 부유하던 나를 되돌아보게도 하였다. 셀 수도 없는 SNS의 많은 소통 망들이 있으나, 그 안에서 우리가 보여주려던 것은 진정한 내가 아닌 어느 정도 의도를 가지고 가공된 소위, 편집된 나와 우리의 모습이 담긴 경우가 많았다.

지금의 나는 SNS를 사용하지 않는다. 업데이트 할 시간적 여력도 없거니와, 일전에 댓글과 하트에 나도 모르게 연연해 하다가는 마음이 허해져 탈퇴한 지 벌써 3년간의 세월이 흘렀다. 간간이 SNS에 대해 다루는 기사를 보면, 장점보다는 여전히 단점과 폐해가 많아 보인다. 나도 한때는 나의 지극히 사적인 생활과 생각을 보여주고 타인의 시선으로 평가(?)를 받았다. 나 또한 승인된 합법적인 과정으로 타인의 삶에 똑같은 평가를 했던 적이 있다. 그것이 모두 가짜는 아닌 일종의 선택된 사진이라 할지언정, 진짜의 나를 드러내기에는 한없이 역부족하다. 취사선택되고 편집된 삶은 나약함을 덮어버리고 풍요와 안정, 평화, 성공만을 표면에 드러낸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인간 vs 인간’의 관계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내야 비로소 소통할 수 있다고. 그리고 그에 앞서 외로움을 통해 자신에게 나 스스로 다가가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외로움이란 그러니까 진정한 인간관계와 소통을 위한 선행과정 중 하나는 아닐까 싶다.

어린이 책에 ‘소리 괴물’이라는 그림책이 있다. 사람들은 늘 누군가와 소통을 하고 싶어 하지만, 대부분 말들은 당사자에게 가 닿지 못하고 방향을 잃는다. 일상을 시작하는 엄마의 잔소리, 아빠의 당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떠돌던 소리가 서로 뭉쳐 소리 괴물이 된다는 이야기인데, 이 책에 의하면 우리 주변에는 이미 괴물이 되어버린 수백, 수천만의 소리 괴물들이 떠도는 것은 아닐까 싶다.

오늘 밤 타인의 시선은 배제하고, 나란 사람에 대해 진솔하게 한 발자국 다가가는 외로움을 느껴보는 멜랑콜리 한 저녁을 기꺼이 맞이해보는 것은 어떨까. 앞에는 좋아하는 차 한 잔, 책 한 권, 무언가 끄적거릴 노트 한 권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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