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랑은 무료란다
엄마의 사랑은 무료란다
  •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 승인 2016.01.2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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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심순덕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란 시(詩)의 일 부분이다.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어린 아들이 부엌에 와서 뭐라고 쓴 종이 한조각을 주었다. 손을 앞치마에 닦고 그 종이를 받아 읽었다. 거기엔 이렇게 씌여 있었다.

잔디 깎은 댓가로 5달러, 이번 주내 침대 정리 1달러, 가게 심부름 50센트, 동생 돌봐준값 25센트, 쓰레기 버린일 1달러, 좋은 성적표 받아온값 5달러, 마당 쓴 값 2달러, 총 청구액 14달러 75센트.

엄마는 잔뜩 기대하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마음속에는 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 종이의 뒷면에 펜을 들어 쓰기를….

아홉 달 동안내 뱃속에서 키운값 무료, 아플때마다 잠못자고 너를 위해 기도하고 간호해 준 값 무료, 수년 간 너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눈물을 흘렸던 일들 무료, 모두 다 더하면 네게 준 내 사랑의 값은 거저구나.

네 장래를 위한 염려들 무료, 네게 준 충고와 가르쳐준 지식들 네 학교 교육비도 무료, 장난감 음식 옷들 네 콧물 닦아준 일 무료란다. 내 아들아 다 더하면 나의 모든 사랑은 무료란다. 참된 사랑이라는 게 되는데 그 값도 무료.

아이가 다 읽더니 아이의 눈에는 커다란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올려다 보며 말하기를….

“엄마, 정말 사랑해” 그리고 나서, 펜을 꺼내 아주 큰 글씨로 이렇게 썼다.

“모두 다 지불되었음”?

중국 쓰촨성 대지진 하루 뒤인 2008년 6월 13일 오후, 베이촤현 폐허 속에서 구조대는 두 팔을 땅에 짚고 무릎을 웅크린 자세로 숨을 거둔 20대 여성을 발견했다. 식사 중 젓가락을 채 놓을 새도 없이 몇 십 톤에 이르는 무너진 건물 잔해를 온몸으로 지탱하며 죽은 한 여인, 발견된 몸 안쪽에는 잠든 어린 아기가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아기는 전혀 다치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도 엄마는 딸에게 모유수유까지 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함께 발견된 휴대폰에 남겨놓은 문자는 중국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너무나 사랑스런 내 아가, 만약 네가 살게 된다면 이것만은 꼭 기억해 주길….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보면 나무는 아이에게 놀이터나 휴식처가 된다. 아이가 크면 나무는 과일을 준다. 또 나중엔 집이나 배를 만들 목재를 준다. 모두 잘려나간 뒤 소박한 그루터기가 되어 힘없는 늙은이에게 멋진 쉼터가 된다.

이렇게 나무는 우리의 ‘어머니’처럼 아무 조건 없이 평생 모든 걸 내준다.

어머니가 자식을 사랑 하는데 무슨 조건이 있겠는가? 마른논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흐뭇해하는 농부의 마음인 농심처럼, 조건이 있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다. 어머니의 따뜻한 품안에서 사랑을 먹고 자란 자식은 어머니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어머니의 사랑은 “아이들이 더우면 걷어차고, 필요할 때는 언제나 끌어당겨 덮을 수 있는 이불 같은 것”이라던 작가 박완서 선생의 고언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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