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대중가수 쯔위의 인문학
16살 대중가수 쯔위의 인문학
  • 정규호<문화기획자>
  • 승인 2016.01.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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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단상
▲ 정규호

함께 고무될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대만에도 첫 여성 지도자가 선출됐다. 남녀평등을 넘어서 여존남비로 뒤바뀌었다는 소위 상남자들의 탄식이 나오는 터에 여성 지도자가 강조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이 되는 차이잉원의 선거승리는 몇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의미가 있다. 8년 만의 정권교체와 ‘천수이벤의 부패’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대만총통 선거 역사상 가장 큰 표차 등등은 대만 내부의 사정이다.

다른 나라 사람인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양안 관계로 상징되는 중국 본토와 대만의 갈등구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있는데, 한국이 그 뜨거운 감자에 기름을 붓는 일에 연관되어 있음은 특히 조심스럽다.

대만은 한국과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 대만의 역사박물관에는 박정희 정권 당시 돈독한 양국의 관계를 자랑하고 있고, 중국과의 국교수립 이후 청산된 외교관계는 대만의 혐한 현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배신감이 상상 그 이상이다.

각설하고, 한국의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출신 16살 가수 쯔위가 한 공중파 방송에서 대만국기인 청천백일기를 흔들었고, 역시 대만 출신으로 중국에서 활동 중인 가수 황안이 자신의 SNS에 (쯔위가)‘대만 독립을 부추긴다’고 주장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당연히 중국 언론의 비난이 이어졌고, 이에 반발하는 대만 젊은 층의 폭발적인 선거 참여로 확산되면서 당락에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과정의 흐름이다.

문제는 쯔위가 소속된 한국의 연예기획사의 후속 대응이다. 엄청난 규모의 중국 시장에서의 악영향을 우려해 발 빠른 사과를 하면서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해명인데, 거기에는 해당 기획사의 중국과 대만 사이의 분단과 정서적 대립의 역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려가 없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 팝 음악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빌보드지 편집장인 한국계 재니스 민은 “K-Pop콘텐츠는 이제 진솔하게 다가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너무 완벽하게 포장돼 있는 모습은 미국 청중들에게 가짜처럼 보여 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앞으로의 대중음악의 가치가 솔직함과 진정성에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자메이카 출신 영국인 문화연구자 스튜어트 홀은 대중문화를 ‘지배집단과 하위집단 간의 일상적 투쟁이 일어나는 장소’라고 규정한다. 비틀즈의 음악이, 밥 딜런이나 존 바에즈의 대중음악이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인류의 고전이 되고 있음은 인간 사회에 대한 깊은 사유와 성찰, 사회적 모순에 대한 용기 있는 문제제기가 있기 때문이다.

음악에는 차이와 경계가 없다.

그러므로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에 대한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감각만으로 시장의 환심을 얻겠다는 시도는 쉽게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16살 가수 쯔위에게 사려 깊은 인문학적 사유와 성찰을 기대할 수는 없다.

다만 그를 둘러싸고 있는 어른들은 타계한 지 20년이 되는 지금도 김광석의 노래가 왜 심금을 울리는지, 그 이유를 모를 리 없을 터.

1월, 하늘로 멀고도 영원한 산책을 떠나신 신영복 선생은 우리가 일생동안 하는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을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했다.

머리에서 가슴을 거쳐 발에 이르는 진정성의 추구가 새삼스러운데, 모진 삭풍에 떠난 이들이 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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