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몸의 등불
눈은 몸의 등불
  • 송홍영 신부<청주 상당노인복지관장>
  • 승인 2016.0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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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송홍영 신부

신학교 재학 시절 신학원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중고 카메라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았고 사진의 기초적인 원리부터 배우고 싶은 마음에 이래저래 값도 저렴한 수동카메라를 찾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필름을 넣는 방법도, 렌즈의 조리개 값과 셔터 속도의 변화가 무슨 관계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어 막막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사진 동아리에 가입해서 차근차근 배워 나가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즈음 사진에 처음 입문하는 제게 동아리를 지도해주셨던 은사 신부님의 말씀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갑니다.

“물론 값비싼 카메라에 좋은 렌즈로 찍으면 더 좋은 사진을 얻을 수는 있겠지. 그런데 사진은 말야. 피사체를 보고 그것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구도를 정하고, 알맞은 빛을 계산해 가면서 열심히 많이 찍어보는 수밖에 없어.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좋은 피사체를 발견해 낼 수 있는 마음이 가장 중요해. 마음이 맑고 따뜻할 때 좋은 재료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생기고, 그 눈과 마음으로 피사체를 카메라 앵글에 담을 때 비로소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거란다.”

결국 좋은 사진작품을 얻기 위해 중요한 것은 값비싼 장비보다는 아름다운 마음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작품도 그렇지 않을까요? 사람의 마음 안에 담겨 있는 것이 밖으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마음이 평화롭고 사랑이 담겨 있는 사람은 그가 만나는 누군가에게 온유함과 따뜻함을 나눠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에 불평이 가득하고 무언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생각으로 차 있을 때 그를 만나는 다른 사람들은 좌불안석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인생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가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내면을 잘 가다듬어야 합니다. 오래전 취미로 사진을 처음 접할 때 듣게 된 은사님의 말씀에서 불현듯 지금의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됩니다. 현재 삶의 자리를 나는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지, 만나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해주고 있는지 말입니다.

비록 지금은 예전처럼 사진을 취미로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없습니다. 그러나 바쁘고 산재해 있는 일들을 핑계로 기도하며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일에 너무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또한 점점 더 겉으로 보여지는 행복과 아름다움을 추구해 나가는 세상을 보며, 다시금 성경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네 눈은 네 몸의 등불이다. 네 눈이 맑을 때에는 온몸도 환하고, 성하지 못할 때에는 몸도 어둡다.”(루카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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