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TP의 백제마을 유적
청주TP의 백제마을 유적
  • 박상일<역사학박사·청주대박물관>
  • 승인 2016.01.2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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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 박상일<역사학박사·청주대박물관>

청주시에서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테크노폴리스 사업부지에 대한 문화재 발굴조사가 마무리되었다. 처음 예상보다 발굴기간이 6개월 정도 길어진 것은 그만큼 유적이 광범위하고 수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발굴에서 1지구에서 구석기시대 유물 층과 삼국시대 집터 4기, 조선시대 토광묘 14기, 수혈 유구 5기 등이 발견됐고, 7지구에서 청동기시대 집터 18기, 백제마을로 칭해지는 집터 519기, 시대미상 우물 1기 등 수많은 유적유물이 나왔다. 1지구와 7지구는 모두 아파트 건설예정지이다.

유구한 청주역사의 실체를 밝혀 줄 문화유적이 많이 발굴되는 것은 누구나 반겨야 할 일이고 아무리 시일이 오래 걸리더라도 토기 조각 하나 놓치지 않고 세밀하고 정확하게 조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사업을 시행하는 쪽에서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이 말도 못하고 발굴종료를 기다렸던 것이 사실이다. 발굴조사가 원만하게 마무리되도록 묵묵히 기다려준 청주시 당국과 이곳에 입주예정인 기업체와 아파트 건설회사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발굴조사는 끝났지만 유적의 보존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흥덕사지가 발굴지역 외에 주변의 산까지 2만여 평을 국가사적으로 지정하여 고스란히 보존했듯이 테크노폴리스 유적도 최소한의 범위만이라도 원위치에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발굴조사 기관이나 문화재청도 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현실적인 대책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에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오전에는 현장을 조사하고 오후에는 대전의 문화재청으로 자리를 옮겨 장시간 심의했다. 결과는 청주테크노폴리스 7지구에서 발굴된 주요 유적 10기를 주민센터 부지에 300평 규모의 전시관을 건립해 이전복원하고 출토유물을 전시하여 청주시에서 관리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애초 청주시는 사업지구 내의 주민센터 건물 일부에 전시관을 만들어 유물을 전시하고 인근지역에 유적공원을 조성하는 1안과 아파트용지 인근에 따로 공원을 조성하는 2안 등 2가지 방안을 제시했는데, 문화재청은 1안을 선택하되 유적의 중요성을 고려하여 전시실을 별도의 건물로 짓는 것으로 절충하여 가결했다.

문화재보존의 기본원칙은 원위치에 원상태대로 보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설계된 사업지구계획이 수정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으므로 문화재 보존의 원칙이 그대로 지켜지는 예는 극히 드물다. 아쉬운 점이 많지만, 발굴지역 인근에 전시관이 만들어지고 중요한 일부 유적이 이전 복원된다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는다.

토지의 형질을 변경시키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다가 문화재 때문에 사업이 변경되는 것은 흔한 일이고 아예 취소되는 일도 있다. 흥덕사지의 경우는 발굴지역뿐만 아니라 주변 임야까지 문화재 지역으로 지정한 후 국가에 귀속됨으로써 택지개발사업이 대폭 수정되었던 첫 번째 사례이다.

서울 풍납동 지구는 토성 발굴로 인해 공동주택 건설이 무산되었고, 부산 기장의 정관지구는 발굴조사 후 전시관을 짓고 인근에 정관마을을 조성해 지난해 개관했다. 제주의 관아 터는 공기업 사옥을 지으려다 관아건물터가 발굴되자 아예 중지시키고 제주 관아를 복원하여 지금은 제주도에 가면 꼭 들러야 하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부산광역시에서는 부산시립박물관에 복천박물관, 동삼동패총박물관, 부산근대역사관, 임시수도기념관, 정관박물관 등을 부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청주에도 테크노폴리스 백제마을에서 정북동토성, 신봉동고분군과 백제유물전시관, 흥덕사지 고인쇄박물관, 청주읍성과 관아공원, 남석교로 이어지는 문화유적 벨트가 조성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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