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책과 함께한 시간
1인 1책과 함께한 시간
  • 김용례 <수필가>
  • 승인 2016.01.2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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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 김용례

새해 첫날 서른 살의 여자와 두 번째 서른 살이 된 여자, 둘이서 바닷가를 걷고 있다.

두 번째 서른의 여자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이 나이가 되어 생각해보니 두 아이를 키운 것 말고는 내 놓을 것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때 서른 살의 여자가 1인 1책 펴내기 강사를 하고 있지 않으냐고 말한다. 그렇다. 올해로 10년이다.

10년 전 아무런 규정도 지침서도 없이 복대1동 주민센터에서 처음으로 1인 1책 교실을 시작했다. 일책 수업을 해보자는 제의받고 처음엔 망설였지만, 용기를 냈다. 그 당시 나로서는 용기였다. 나는 어렵게 공부했지만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의 심정을 알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3시간 수업을 하기 위해서 자료를 찾고 좋은 글을 읽고 복사하고 이틀간 준비했다.

수강생들과 함께 울고 웃다 보면 어느새 3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울고 웃으면서도 나는 초긴장 상태였나 보다.

수업을 마치고 나면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입안은 소태같이 썼고 손발이 후들거렸다. 그러나 마음엔 풍선을 달아 하늘을 날고 있었다.

교사인 남편을 만나 남매를 낳고 크게 부족할 것도 호화로울 것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남편이 보증을 서준 것이 잘못되어 오랜 시간 호되게 혼이 났다. 오랜 시간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 걷기만 하는 듯 답답했다.

인생에 대한 회의와 사람에 대한 분노로 이글거렸다.

분노를 삭이려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즈음 가까이 지내던 지인이 백일장에 한번 나가 보자는 권유를 받아 충주사과 백일장에서 상을 탔다. 그 빈 공간을 책을 읽으며 글을 쓰며 채웠다.

나는 글을 쓰며 편안해졌고 부족하지만 감사할 줄 알았다. 다시 생기가 돌며 삶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

수강생들이 써 오는 글로 어느 날은 철철 울면서 또 어느 날은 자지러지게 웃으면서 글을 읽었다. 수강생들은 밤새워 글을 썼고 나는 성의를 다해 그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또한, 잊지 못할 일은 김명숙 수강생은 보육교사로 일하던 중 갑상선암에 걸렸다. 그 힘든 치료를 하면서 우리 1인 1책 교실에 나오게 되었다. 얼마나 열심히 하든지 여성백일장에서, 직지 백일장에서 상을 탔고 책까지 내어 1인 1책 출판기념일에 상까지 탔다. 그는 병이 다 나은 것 같다며 암에 걸린 것조차도 축복이었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서 작가로 성공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나는 진심으로 응원했다. 작은 도움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 나에게 지난 10년 1인 1책과 함께 보낸 시간은 팔월처럼 뜨거웠다.

상처 없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김명숙씨는 건강을 잃었고 또 한 사람은 남편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그 허전함을 달랠 길 없어 방황했었고, 자꾸만 엇나가는 자식 때문에 아팠던 사람도 서로 상처를 다독이며 감동하고 감사했다. 그분들의 가슴에 고여 있던 눈물을 쏟아 내며 상처는 아물어갔다. 몇 줄의 글이 사람들을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 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청주시에 지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1인 1책 교실로 불러내어 연필을 들려주고 싶다고. 내가 사는 이 고장, 청주에서 사람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고맙고 기쁘다고 서른 살의 여자에게 말했다. 하얀 모래 위로 두 여자가 조용히 걷고 있다. 서른 살의 여자가 두 번째 서른의 여자, 손을 꼭 잡아준다.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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