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타령
사람 타령
  • 김기원<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6.01.2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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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 김기원

인간이라 불리는 사람들. 신의 형상으로 빚어졌다고, 만물의 영장이라 스스로 칭하며 세상의 주인행세를 하는 사람들. 천부인권을 타고났다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고 외치지만 인권과 평등은 있는 자에게만 있고, 없는 자에게는 그림의 떡인 사람들. 세상에 반은 남자이고 반은 여자인 사람들.

아무튼 사람은 사람 인(人) 자가 상징하듯 서로 기대며 살아야 하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별처럼 존귀하지만 아침이슬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각본 없는 삶을 살다가 저승사자가 부르면 떠나야 하는, 아니 잠시 빛을 발하다가 어느 날 흔적도 없이 휙 사라지는 별똥별입니다. 사람의 아들딸로 태어나 사람 때문에 살기도 하고, 사람 때문에 죽기도 하는.

사람 때문에 웃고 사람 때문에 울며, 사람 때문에 행복하고 사람 때문에 불행하기도 합니다. 하여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대중에는 천사 같은 사람도 있고, 인두겁을 쓴 개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일부 짐승보다 못한 사람들이 아름다운 세상을 더럽히고, 대다수 선한 사람들을 비참하게 합니다.

강절도는 물론 존속살인과 아동학대 등 반인륜적 사건·사고가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을 얼룩지게 하고, 불특정다수에게 위해를 가하는 자살폭탄테러가 지구촌을 멍들게 해 요즘 뉴스 보기가 민망하고 겁이 납니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하늘이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사람들은 평등을 말하지만 평등하지 못하고, 평화를 말하지만 세상은 결코 평화롭지 않습니다. 전쟁 같은 삶을 사니 인간성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출생부터 불평등합니다. 권력자의 자녀로 태어나면 권력을 대물림받고, 재벌의 자식으로 태어나면 기업을 대물림받습니다. 빈자의 자녀로 태어나면 가난뱅이로 살고, 장애를 안고 태어나면 평생 불구로 살아야 합니다. 예전에는 가끔 개천에서 용이 났는데 요즘은 개천에서 태어나면 평생을 개천의 피라미로 살아야 합니다.

머리 좋고 나쁘고, 힘이 세고 약하고, 돈 버는 재주가 있고 없고, 남다른 특기가 있고 없고 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억세게 운 좋은 사람과 억세게 운 나쁜 사람이 있습니다. 이처럼 인생이라는 100m 달리기를 하는데 스타트라인이 다릅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지만 이 같은 불공정게임이 사람들의 삶이고 인생입니다. 그것도 주심도 없고 게임시간도 정해지지 않은, 선수가 죽어야 끝나는 처절한 게임이 바로 인생입니다. 그러니 말도 많고 탈도 많고 문제도 많습니다.

가진 자와 잘난 자에게 사람과 재화가 쏠리는 얄궂은 세상입니다. 다 같은 사람인데 갑질하는 사람이 있고, 갑질 당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빈자와 약자의 한숨이 하늘을 찌릅니다. 자칫 방치하면 폭동이 나거나 혁명을 부를 수도 있어 인간의 영원한 숙제인 불평등과 불평화를 해소해야 합니다.

엘니뇨현상이 웅변하듯 인간의 탐욕과 안락추구가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의 땅이 바다로 잠식되고 있고,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 빙산이 줄어들고,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습니다. 종말론을 떠올릴 만큼 인류의 미래가 참으로 어둡습니다.

더 늦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합니다. 사람으로 인해 생긴 문제는 사람만이 풀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이 답이고, 사람이 희망입니다. 사람에게는 아직도 사랑과 자비와 측은지심이 있습니다. 사람을 교육하는 이도 사람이고, 사람을 감동시키는 이도 사람입니다. 사람다운 사람,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사람. 그대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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