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사마리아인 실험
선한 사마리아인 실험
  • 양철기<박사·교육심리>
  • 승인 2016.01.2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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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어떤 사람이 강도를 만났다. 강도는 모든 것을 빼앗고 그 사람을 반쯤 죽여 놓고 갔다. 마침 한 사제가 그 길로 가다가 그 사람을 보고는 피해서 지나쳤다. 또 레위인(그 당시 사회 지도층)도 그 사람을 보고는 지나쳐 버렸다. 그런데 여행 중이던 어떤 사마리아인(그 당시 ‘개’라 불리며 천대받던 사람들)은 강도당한 사람을 가엾게 여겨 상처를 치료해주고 돌봐 주었다.” 성서에서 예수님은 이 사마리아인 이야기 비유를 들면서 “누가 진정 강도당한 사람의 이웃이냐?”라고 묻는다.

심리학자 존 달리(J. Darley)와 대니얼 베이트슨(D. Bateson)은 이 비유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간의 도덕적 행동의 근원을 알아보고자 “선한 사마리아인 실험(Good Samaritan Experiment)”을 진행했다. 이 두 심리학자의 질문은 ‘도덕적 인간은 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할까?’이었다.

달리와 베이트슨은 프린스턴대학교 신학과 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한 집단에는 성경의‘선한 사마리아인’이라는 주제를 놓고 설교를 하라는 과업을 주었고, 다른 집단에는 이와 관계없는 자유로운 설교 과제를 주었다. 그리고 다른 건물에 있는 예배당에서 설교하는 과제를 주었다. 피험자들은 설교준비를 하고 예배당으로 향했는데, 예배당으로 향하는 길 한쪽에는 강도에게 습격을 당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물론 이 사람은 분장한 연기자로 미리 각본에 쓰인 대로 쓰러져 있었다. 연기자에게 피험자들이 지나가면 기침을 하며 고통스러운 신음소리를 내며 도움을 요청하라고 시켜놓았다. 두 심리학자가 주목한 것은 피험자인 신학생들에게 과제로 준 설교주제와 이들이 쓰러진 사람을 돕는 비율 간의 연관성이었다.

두 집단 중 어느 집단의 학생들이 강도당한 듯 쓰러져 있는 사람을 많이 도왔을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쓰러진 사람을 돕는 비율을 결정했던 변수는 오직 설교 시작 전까지 남은 시간이었을 뿐 피험자들이 받은 설교 주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설교 시간까지 긴 여유가 있었던 피험자들은 63%가 쓰러진 사람을 도왔으며, 적당한 시간이 남은 사람들은 40%가 도왔다. 그러나 설교시간이 임박했거나 늦은 사람들은 10%만이 그 사람을 도왔다. 즉 ‘사마리아인의 선함’을 설교하러 가면서도 자기가 바쁠 때는 정작 눈앞에 쓰러져 도움을 청하는 사람을 돕지 않았다.

본 실험에서 두 심리학자는 인간성이나 윤리의식보다는 ‘조급한 마음, 얼마나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냐 아니냐가 도덕적인 행동을 하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정리했다.

한편 위의 심리실험 결과는 도덕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조금의 위안을 준다. ‘나의 도덕적이지 못한 행동은 상황이 허락하지 않아서 그러라고 자위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남에게 설파하는 가치관과 그것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가치관 사이에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는 것, 머리로 생각하고 입으로 떠드는 가치관이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실제로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달리와 베이트슨은 위의 실험 결과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주석을 달았다. “아마도 성서에 나왔던 사제나 레위인은 하나님에 대한 묵상과 지역 공동체를 어떻게 잘 이끌어야 할지에 너무나 골몰했던 나머지 길가에 쓰러져 있던 강도당한 여행객에게는 눈길 줄 여지가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예수님은 단호히 말씀하셨다. 천국에 들어갈 사람은 제사장도 레위인도 아니고 오직 선한 사마리아인 뿐이라고….”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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