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 우래제 교사<청주 원봉중>
  • 승인 2016.01.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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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서서 /엉엉 울었다.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동백(冬柏)꽃을 보면서 꽃지기가 들려 준 시이다. 시가 너무 맘에 들어 시인처럼 도랑을 건너 선운사 뒤 안까지 가서 시인이 감정을 느껴보았단다. 진정 가슴으로 꽃을 사랑하고 자연을 감상할 줄 아는 꽃지기가 아닌가? 동백꽃의 꽃말처럼 ‘진실한 사랑’에 목마른 시인과 나의 꽃지기를 울린 동백이 무엇인가 알아보자.

김유정의 단편 소설 ‘동백꽃’에 점순이와 주인공이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동백꽃은 붉은색이나 흰색이다. 그리고 향이 없어 알싸하고 향긋한 냄새가 날 수 없다. 점순이의 분 냄새였을까? 예전에 여인들의 머릿기름으로 동백기름을 사용했는데 이는 귀부인들 전유물이고 일반 서민의 아낙들은 생강나무 기름을 애용하였다. 그래서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라고도 한다. 김유정의 동백꽃은 생강나무인 것이다. 그렇다면 진짜 동백나무는?

동백은 한자로 측백나무처럼 겨울을 나는 상록수라는 뜻이다. 중국에서는 바닷가에서 피는 붉은 꽃이라 해홍화, 또는 산다(山茶)라고 부른다. 절개를 지키기 위해 바다에 투신한 여인의 무덤가에서 피어 여인의 마음을 나타내는 꽃이라 여심화라고도 부른다. 대나무, 소나무, 매화나무를 추운 겨울의 세 친구라는 세한삼우(歲寒三友)에 빗대어 동백꽃을 추운 겨울에 찾아온 친구라는 뜻으로 세한지우(歲寒之友)라고도 한다. 그러나 꽃이 떨어질 때 꽃잎이 지는 것이 아니라 꽃송이가 꼭지 채 쑥 빠져 떨어지는 것이 불길한 인상이라 멀리했다고 한다. 동백은 벌과 나비 대신 동박새가 수분을 도와주는 조매화이다. 동박새는 동백의 꿀을 먹으며 동백꽃의 수분을 도와주고 그 열매를 먹기도 한다. 동박새는 동백나무 농사꾼이다.

▲ 우래제 교사<청주 원봉중>

동백은 주로 남쪽 해안가에 자생한다. 동백은 꽃잎이 반만 벌어지고 이른 봄에 피는데 애기동백은 11월경에 피고 활짝 벌어진다. 또 꽃이 질 때 동백은 수술과 같이 통으로 떨어지나 애기동백은 꽃잎만 떨어지고 수술이 남는다. 애기동백은 동백나무에 비해 잎이 좁고 작다. 동백 중에도 꽃잎이 수평으로 활짝 퍼지는 것을 뜰동백, 흰색 꽃이 피는 것을 흰동백이라 한다. 그 밖에 잎이 긴 긴잎동백, 꽃잎에 무늬가 있는 색동백, 숲에 자라는 숲동백, 중국 원산의 당동백이 있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나도 개울 건너 선운사 뒤안 동백을 보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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