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잣집 시집가서 누릴 거 다 누리더니"…여전한 '막말' 판사
"부잣집 시집가서 누릴 거 다 누리더니"…여전한 '막말' 판사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6.01.2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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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판사는 이혼 소송 사건 법정에 선 여성 당사자에게 조정을 강요했다. 그는 당사자에게 "부잣집에 시집가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살지 않았느냐"며 "도대체 얼마를 더 원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B 판사는 형사사건 법정에 선 피고인에게 "한심하다, 한심해"라면서 "무슨 3류 드라마 같아서 실체적 진실을 찾을 가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피고인은 재판부가 이미 자신에게 불리한 예단이나 선입견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떨쳐낼 수 없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가 20일 공개한 법관평가 내용에 따르면 일부 판사들은 여전히 막말이나 고압적인 언행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법관평가를 시작한지 8년이 됐는데도 이 같은 행태가 시정되지 않자 법원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심하다, 한심해" 여전한 막말 판사

한 판사는 대표이사 직위에 있던 피고인 A씨에게 "대표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 앉아 있구만. 한심하다, 한심해"라는 막말을 서슴치 않았다.

이 법관은 음주운전 사건에서는 공판검사가 피고인이 동종전력이 있는데도 집행유예를 구형하자, "수사 검사가 서로 아는 사람이야? 친구 아니냐? 왜 이렇게 봐줘?"라며 반말을 하기도 했다.

소송대리인의 구두 변론에 대해 "그래서? 그게 뭐?"라고 윽박지리는 판사도 있었다.

◇고압적인 재판 진행도 도마에 올라

이번 법관평가에서 최하위 법관에 속한 서울 소재 법원의 한 판사는 항소이유를 1분씩 구술 변론하라고 요구하고, 시간이 지나자마자 다음 사건을 진행하겠다며 쌍방대리인을 법정에 대기토록 했다.

또 다른 판사는 "나한테 그런 부담을 주지마"라고 말하면서 사실심 법관이 맡아야할 판단을 완강하게 거부하기도 했다. 변호인이 조정회부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변론 종결을 요청하자 강제로 조정에 회부한 뒤, 조정안을 제시하면서 "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 다음 기일에 바로 선고하겠다"고 사실상 협박을 하기도 했다.

항소인이 항소이유서를 변론기일 하루 전에 제출하자, 피항소인에게는 아무런 답변 기회를 주지 않고 "참고서면으로 내면 될 것"이라고 한 판사도 있었다. 이 판사는 이후 곧바로 변론을 종결했고, 1년여간 치열하게 법정공방을 벌였던 해당 사건의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 사건 판결문에는 피항소인이 제출한 참고서면 기재내용 및 자료에 대한 언급은 돼 있지 않았다. 그저 피항소인이 항소심에서는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은 것처럼 되어 있다고 사례에는 나와 있다.

쟁점이 복잡하고 주장이 많은 사건에서 피고 측이 제출한 서면이 길다고 면박을 준 사례도 있었다.

한 판사는 "이렇게 긴 서면을 직접 재판에서 읽어보라고 말하려는 것을 참는다"며 "5페이지 이상 제출하면 5페이지가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진술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며 피고 측 변론권을 침해하기도 했다. 재판 과정에서 "기존에 유사한 사건을 해 봐서 더 볼 것이 없다"며 심증을 드러낸 판사도 있었다.

◇피해자·피고인 등 사건 당사자 인권 침해 심각

법정에 선 피고인이나 피해자 등 사건 당사자에 대한 인권 침해 또한 여전히 심각했다.

한 판사는 성범죄 사건 피해자에게 '피해자'라고 지칭하지 않고, 피해자의 이름을 계속해서 거론했다. 이로 인해 이 사건 피고인(피의자)에게는 피해자의 이름이 계속해서 노출됐다.

성범죄 사건 피해자가 직장 등의 이유로 법정 증언이 어려운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재판을 진행한 사례도 있었다. 해당 판사는 재판 날짜를 임의로 변경하기도 했는데 피해자 측이 "사정을 고려해 달라"고 말하자, "재판이 피해자 마음대로 열고 닫고 해야 합니까?"라고 쏘아붙였다.

또 다른 판사는 피고인 측이 "증인신문에 30분이 안 걸릴 것 같다"고 얘기하자, "무슨 30분이나 필요하냐"며 힐난하면서 피고인 측 변호인의 인격을 모독하기도 했다. 이 피고인이 피해액의 보전을 위해 5000만원을 공탁했을 때는 "5000만원을 공탁하면 형을 깎아줄 줄 아느냐"고 훈계했고, 변호인의 변론을 폄하하기도 했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일부 법관의 고압적인 절차 진행과 변호인의 변론권이 심각하게 제한·침해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법관들의 부적절한 태도, 편파적인 진행, 인권보호 소홀 등도 함께 지적됐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변회는 2015년 법관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고법 정형식(55·사법연수원 17기) 부장판사, 서울고법 여운국(48·23기) 판사 등 8명이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반면 법관 18명은 하위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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