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희망
새해의 희망
  • 최 준 <시인>
  • 승인 2016.01.1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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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시간의 문 앞에서
▲ 최 준

새해다. 시간이 참 빨리도 흘러간다. 지난날들을 돌아보면 삶은 덧없는 것이었다. 순간과 순간들이 겹쳐서 날들을 만들고 시절을 만들고 인생을 만든다는 걸 알고 있지만 지난 시간을 뭉뚱그려 생각하면 덧없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한 해의 마지막, 그 끝에서 돌아본 지난날들은 허허롭기만 했다. 인생에서 다시 올 수 없는 그 시간들이 다가온 한 해를 반성과 더불어 새로운 각오로 마음 다잡게 하지만 지나온 흔적은 몸과 마음에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세상이 느닷없이 달라질 리 없는데도 이유 모를 설렘을 갖게 되는 건 이웃과 사람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올해는 국가적인 중대사가 있는 해이다. 이른바 민의를 대변한다는 국회의원 선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술렁거리고 이합집산의 계산속들로 어지럽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희망이 다 지워진 지금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혼신을 다한다. 그들의 야망은 개인적인 것이기도 하고 공적인 것이기도 하다. 정치에 첫 발을 내디디려는 사람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공고하게 하려는 사람들의 안간힘은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데 여념이 없는 선남선녀들에게는 딴 세상의 질서다. 국회가 저들만의 리그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되었는데 저들은 치열하다. 마치 자신만이 민의를 대변하고 국민들의 행복을 담보할 수 있다는 환상으로 소명감을 충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는 세상은 달라진 것도 달라질 것도 없다. 나날의 삶은 지지부진하고 지겨워졌다. 도약은 아예 꿈도 꿀 수 없고 현실 유지에 전전긍긍이다.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던 정치는 그게 얼마나 허황한 공약이었던가를 현실에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희망이 실망이 되고 꿈이 꿈으로 끝나버리는 지겨운 반복을 이 땅의 국민들은 일생동안 경험하고 있다. 바뀌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바뀔 줄 모르는 현실의 정치는 우리가 왜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정치 현실은 우리의 현실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진정으로 행복하게 잘 산다는 게 무엇인가를 오해하거나 착각하고 있는 한 우리의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돈 때문에 일생을 산다는 건 더없이 허황하고 부질없는 삶이다. 인간은 먹고 살기 위해 지상에 존재하는 부류가 아니었다. 돈이든 권력이든 가진 자들은 나눌 줄 모르고 공유하려는 의식이 없다. 우리 사회가 옛 시대의 신분제 사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은 다 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고 하는 사람들도 한 번 단 그 배지를 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착각해서는 안 될 게 있다. 소위 저 잘나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는 진지한 자기반성이다. 국회에 자신의 명패를 놓아보았던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과 헛된 욕망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해야 한다. 권력을 부여받았으면 그 권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국회 회의장을 메우고 있다.

당리당략을 떠나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를 가진 이들이 머리 맞대고 나라의 미래와 국민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는 아름다운 정경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날은 언제나 올까. 정치꾼이 아니라 정치인이 이끄는 나라의 내일에 대한 기대감을 누가 충족시켜 줄까.

고심과 고난의 시간은 흘러 어김없이 새해가 왔다. 대다수의 국민이 바라는 건 부유한 나라가 아니라 행복한 나라다. 주머니에 돈이 가득한 나라가 아니라 마음이 여유롭고 삶이 편안한 나라다. 돈 많이 가진 사람이 부러운 게 아니라 인간의 향기가 두루 배 있는 사회다. 연민과 배려를 보여줄 수 있는 정치, 참사랑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정치를 국민은 희망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한 해가 아닌 변화해야 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변화는 국민들의 용기에서 출발해야 하고 그래야 비로소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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