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공공재다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은 공공재다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6.01.12 1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 임성재

공공성(公共性)’이란 말이 있다. 사전에서는 ‘사회일반의 여러 사람 또는 여러 단체에 두루 관련되거나 영향을 미치는 성질’이라고 정의한다. 누구라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어느 한 개인이 이익을 독점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하는데 대기, 물, 토지, 산, 강, 바다 같은 자연환경에는 공공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시민의 안전과 재산, 권리보호를 위해 일하는 지방지치단체나 경찰서, 소방서 같은 곳은 공공기관이라 하고, 전기나 철도, 도로, 항만, 공항 등과 같은 사회간접자본을 관리하는 기업을 공기업이라 부른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이나 생활보호대상자와 노인 등을 위한 복지제도들도 공공성에 기초한 사회보장제도이다.

청주시가 시민의 세금 157억 원을 들여 만든 청주시 노인전문병원도 이런 공공성에 기초한다. ‘청주시 노인전문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보면 이 병원이 청주시민의 재산, 즉 공공재(公共財)임이 명백하게 드러나 있다. 그런데 이 병원이 6개월이 넘게 문을 닫고 있다. 수탁자가 병원 내 노사갈등을 이유로 병원의 운영을 포기한 채 일방적으로 폐업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이후 청주시는 새로운 수탁자 선정을 위해 위탁공고에 나섰는데 1차 공고에서 선정된 청주병원측은 협상과정에서 계약을 포기하였고, 2차 공고 끝에 대전의 의명의료재단이 선정돼 협상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청주시가 새로 선정된 수탁자에게 청주노인병원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1차 공고 때는 고용승계 조건을 공고에 넣었었는데, 2차 공고 때는 병원이 폐업된 상태이고 개정된 조례에도 고용승계 조항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결국 고용승계 조항 없이 수탁대상자를 선정하였고, 경영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라도 협상과정에서 고용승계라는 말은 꺼내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청주시의 주장은 논리도 궁색하고 설득력도 없다. 왜냐하면 노인병원의 폐업은 다음 수탁자가 선정될 때까지 임시폐업이고, 그 폐업의 책임에서 청주시가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청주시 노인전문병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의하면 수탁자를 관리 감독해야할 권리와 의무가 청주시장에게 있다. 그런데 청주시는 병원이 폐쇄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57억 원의 시민 혈세가 들어간 병원에서 청주시민인 입원환자들이 강제로 퇴원당하고, 100여명에 달하는 청주시민인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 나앉을 때까지 청주시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한 꼴이 되어 버렸다. 청주시 입장에서는 수탁자가 일방적으로 저지른 일이라며 억울하다고 항변하겠지만 관리책임을 다하지 못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둘째는 청주시 노인전문병원이 공공재라는 것이다. 노인병원은 이익을 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청주시민에게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청주시민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공공성에 기초한 병원이다. 이런 노인병원을 위탁 운영하려는 것은 전문가를 통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청주시의 자세는 노인병원을 청주시민을 위한 공공재로 보는 것 같지 않다. 청주시의 어느 간부는 청주시와 수탁자간에 ‘갑’과 ‘을’의 입장이 바뀌었다며 수탁자의 경영 보장을 위해서 청주시가 어떤 요구도 쉽게 하기 어려운 처지라고 공공연히 말한다. 새로운 수탁자가 청주시의 골칫거리를 해결해줄 흑기사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만약 청주시가 시청 정문 앞에서 250일 넘게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을 눈에 가시처럼 보거나, 복직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아니라면 그들의 고용승계가 보장된 협상에 나서야한다. 일반 사기업에서 노사분규가 일어나 노동자들이 250여 일 동안 길거리에서 농성하고 있다 해도 중재에 나서야 할 청주시가 시 노인병원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청주시가 청주시 노인전문병원을 시민을 위한 공공재로 인식하고 수탁자와 협상에 임해주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