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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2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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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지향성
윤 명 숙 <논설위원·충청대교수>

오늘날 같이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하고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기업이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는커녕 기존 고객을 상실하지 않고 유지시키기도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한 가지 제품을 가지고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보다 많이 확보하려는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은 그 유용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고 대량 생산 체제에서 가능한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없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은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내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한 고객에게 여러 제품을 판매하여 비용을 감소시키는 범위의 경제를 이룰 수 있고, 한 고객이 특정 부문에 지출한 금액에서 자사 제품에 지출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인 고객 점유율, 일명 지갑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캐논이 광학, 영상 기술 등의 핵심 역량을 이용하여 복사기, 레이저 프린터, 카메라 등 여러 가지의 제품을 동시에 생산하여 총 생산비를 감소시키면서 단골 고객에게 이 제품들을 판매함으로써 성공한 사례와 같이 말이다.

우리 생활에서 관계 지향성은 인간 관계, 인적 네트워크 등으로 구체화된다. 인간은 절대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없으며, 조직적으로 모여진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어느 조직이든 다양한 성격의,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원만한 인간 관계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 반면 실력이나 학벌 그리고 그 어떤 배경보다도 인간 관계가 조직 생활에서 중요하며 이것만큼 조직 내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없다.

원만한 인간 관계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높은 업무 성과를 낼 수 있으며, 이들은 한편을 이뤄 상호 신뢰하면서 든든한 마음으로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 관계를 잘못하게 되면 쓸데없는 적(敵)을 만들게 되고 상호 의심과 견제 속에서 온갖 안테나를 곤두세우고 불편하게 생활해야 하며 또 영양가 없는 소모전에 시달려야 한다. 더욱이 좋은 인간 관계, 좋은 네트워크는 100년 인생, 인생 2막을 살아야 하는 우리 세대에게는 쓸쓸한 노년을 따뜻하게 감싸 줄 행복 네트워크가 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해진다. 이렇게 인간 관계는 조직 전체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적 측면에서 볼 때 순기능으로 또는 역기능으로 작용하므로 관계 지향성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관계 지향성의 시발점은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때론 그 만남이 좋지 않아 허전한 마음으로 또는 답답한 마음으로 뒤돌아서기도 하고 때로는 좋았던 관계가 중간에 깨져 든든한 네트워크로 발전되지 못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늘 좋은 만남을 기대하며 수많은 만남을 계속한다.

법정 스님은 '진정한 만남은 상호간의 눈뜸'이며 '우리 인간의 목표는 풍부하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풍성하게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만남을 통해 상대의 눈뜸에 내가 노출될 때 나는 그에게 좋은 사람이어야 하며 그 만남, 그 네트워크를 풍성하게 해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를 끊임없이 가꾸고 또 다듬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 이상이 존재해야 성립되는 관계성은 사실은 '우리'가 아닌 '나'로부터 시작되며 좋은 만남, 좋은 네트워크, 원만한 인간 관계는 '준비된 나'가 모여 구성된 '준비된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넓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부모, 형제, 남편, 아내, 아들, 딸 등으로 구성된 혈연 관계만으로는 너무 좁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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