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 나 없으면 빙신이여~”
“니들 나 없으면 빙신이여~”
  • 김성일<보은 아곡 은성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6.01.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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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 김성일

다섯 손가락이 모두 자기들이 잘났다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습니다.

엄지는 최고일 때와 도장 대신 지장 찍을 때를 언급하며 최고라 뽐냈고 검지는 중요한 곳을 가리킬 때와 방아쇠를 당길 때를 말하며 역시 자신이 최고라고 말했으며 중지는 손가락 중에 키가 제일 큰 것을 자랑스러워하며 최고라 말합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약지도 거들먹거리며 말합니다. “니들이 아무리 그래도 나처럼 비싼 반지 한번 껴볼 수 있을 것 같아?”

손가락 모두 웃고 떠들며 자기들 자랑하기에 바쁠 때 마지막 새끼손가락도 약속할 땐 자신을 사용하니 자기도 최고라고 말하지만 엄지가 나서서 말합니다. “오죽 너를 못 믿으면 너를 걸고도 안돼서 내 도장을 한 번 더 찍고 그것도 모자라 우리 모두 복사를 할까~? 넌 그냥 찌그러져 있지~”

모든 손가락들이 박장대소하며 새끼손가락을 비웃습니다.

그러나 그때 새끼손가락의 비장한 한마디에 네 손가락이 모두 침묵하게 됩니다. “니들 나 없으면 빙신이여~!” “나 없이 니들 그렇게 놀고 있으면 뭐라 하는지 아나? 빙신들 놀고 있네!”

육십갑자의 새해 인사를 하며 올해의 어감 때문에 곤란해 하는 많은 분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재미난 예화가 생각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세상은 엄지처럼 권력자와 검지처럼 실력자와 중지처럼 우월자와 약지처럼 가진 자가 서로 잘났다 하며 대접받고 사는 곳은 아닌지, 새끼손가락처럼 평범한 약한 자들은 이리 치고 저리 치고 하며 참으로 힘들게 사는 것이 우리네 세상 모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성경 고린도전서 12장 26절에서 27절 말씀에 “만일 한 지체가 고통을 받으면 모든 지체도 함께 고통을 받고 한 지체가 영광을 얻으면 모든 지체도 함께 즐거워하나니 너희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지체의 각 부분이라.”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성경의 말씀처럼 우리는 모두 한 몸의 지체일 뿐입니다. 어느 한 부분이 약하고 힘들어지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받는 병든 자가 되는 것입니다. 약하지만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내가 삶을 살아내는 모든 곳에서 나는 정말 중요한 사람입니다. 내가 없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몸이 아픈 분들을 위로하고 축복합니다. 연약한 분들을 위로하고 축복합니다. 자존감이 약한 분들을 위로하고 축복합니다. 죽지 못해, 마지못해 산다고 하시는 분들을 위로하고 축복합니다.

함께 웃고 울며 있는 자는 없는 자를 돌아보고 강한 자는 약한 자를 돌아보며 모든 지체가 함께 건강한 한 몸을 이루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상한 갈대도 꺾지 않으시고 꺼져가는 등불도 끄지 않으시는 연약한 자를 들어 사랑하시고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그 어느 해 보다 더 힘내시기를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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