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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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대헌 <에세이스트>
  • 승인 2016.01.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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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헌의 소품문 (小品文)
▲ 강대헌

지난해 11월에 배우 유아인이 제36회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었죠. 수상 소감이 대단했습니다.

“이 상이 제 것이라는 생각이 잘 안 든다.” “‘사도(The Trone, 2014)’와 ‘베테랑(Veteran, 2014)’으로 올 한 해 많은 관객이 사랑을 보내주신 덕에 내가 여기에 서게 됐다.”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순간보다 부끄럽고 민망한 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저는 항상 부끄럽다. 행복하고 기쁜 순간보다 나서기 싫은 순간들이 더 많은데 항상 부끄러워하는 일로 거울을 보고 매 순간 성장하고 다그치고 또 성장하는 그런 인간, 배우가 되겠다.”

개념과 진정성이 드러났다는 평판을 받았죠. 저는 항상 부끄럽다는 그의 말에 제 가슴은 새색시처럼 떨렸고, 그가 건전한 기부 문화 조성을 목표로 삼고 있는 아름다운 재단에 2년 전에 썼다는 메일 한 통이 생각났지 뭡니까. 그 단체에서는 모금 목표 총액 3억5000만원의 양육시설 아이들에 대한 급식비를 지원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었고 캠페인 종료 3일 전까지 목표 총액의 77%인 2억7000만원 정도가 모인 상태였던 바로 그날 저녁 유아인이 7700만원과 함께 메일을 보냈던 겁니다.

유아인이 당시에 썼던 메일의 여러 부분을 다시 옮겨 보고자 합니다. 그의 말에서 어떤 형형한 힘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배우 유아인입니다. 목표액 중 22퍼센트, 7700만원. 모금 계좌에 입금했습니다. 1퍼센트, 350만원이 남네요. 남은 삼일 동안 100프로 다 채워지기를 희망합니다. 몰래 하는 것도 좋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고 또 따라하게 할수록 좋은 것이 기부라고 생각합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서적 기부관을 가진 모든 분들의 생각을 존중합니다만 보다 젊고 진취적인 기부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또한 사회 공헌 의지를 가진 젊은 연예인들이 해야 할 일 아닐까요?

좋은 일의 가치는 누가 그 일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아니라 뜻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얼마나 잘 전달되느냐 하는데 달려있습니다. 유명인은 기부를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보람을 느끼고 그 일을 널리 알려 더 많은 사람들이 뜻 깊은 일에 동참하게 하는 시너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선진 기부 문화이고 좋은 뜻을 가지고도 주저했던 저와 같은 많은 분들이 이제는 주저 없이 그러한 기부 문화를 만드는 일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미 좋은 일에 앞장서신 선배님들의 발꿈치에라도 따라가고자 애쓰는 저처럼 많은 분들이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의를 가지고 행동하건 행동함으로써 선의를 갖게 되건 기부라는 행동은 그 자체로 사회의 음지를 밝히는 등불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꼭 기부와 연결되지 않더라도 유명인의 움직임이 사회 곳곳의 불편과 불행에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것만으로도 틀림없이 가치 있는 일 아닐까요.

이웃 아이들을 돕고도 나는 기름진 삼겹살로 외식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행운아입니다. 그런 나의 행운이 소외받는 아이들의 의도치 않은 불행에 나누어져 조금이라도 가치 있게 쓰이기를 바랍니다. 나는 부자이길 원하고 성공하길 원하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캠페인 종료 3일 전 유아인이 기부한 금액 덕분에 목표 총액 3억5000만원의 99%가 채워졌고 남은 3일 동안 나머지 목표액이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오죽하면 유아인의 매력에 푹 빠져 그를 국회로 보내자는 저널리스트까지 있었을까 십분 이해가 되고도 남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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