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 이석영<청주시 흥덕구 복대2동장>
  • 승인 2016.01.0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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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이석영<청주시 흥덕구 복대2동장>

새해 아침이 밝았다. 해가 바뀌면 사람들은 저마다 한 해 동안 이루고 싶은 소망을 이야기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생활여건은 어떤가?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많은 사람을 화나게 했던 한 식품회사 회장의 갑질 논란이 해가 바뀐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원이 보좌관을 채용하고 급여의 일정액을 돌려받았다는 뉴스도 나오고 어느 대학에선 현직 경비원으로는 최초로 1억원 이상의 고액을 대학교에 기부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지난 연말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자기 직장과 업무를 천직으로 알고 10여년간 알뜰하게 모은 재산을 학교 측에 기부했더니 결국 그에게 돌아온 건 일자리를 내놓으라는 기가 막힌 현실이다.

하지만 꼭 이렇게 안 좋은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한 아파트에선 아파트 관리비를 줄이고자 아파트 경비원 구조조정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붙인 소자보가 입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다고 한다.

이 초등학생은 경비원 인원 감축에 반대한다며 그 이유로 “경비원 아저씨들은 겨울철에 주민들과 함께 주차장 눈도 치우고 인사도 많이 나누고 했는데 정이 많이 든 아저씨들을 절반만 남기고 자른다면 경비원 아저씨들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지난해에도 20명의 아저씨가 모두 있기로 했는데 불과 1년도 안 돼서 또다시 그 말을 바꾸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돈이 부족하면 입주민들이 좀 더 부담하면 되고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건 아주 좋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내일 투표할 때 경비 아저씨들의 입장도 생각해보고 투표를 했으면 좋겠다”는 어른들보다도 성숙한 주장을 내세웠다.

또 다른 주민도 “경비원들에게 최저임금의 인상은 삶의 질적 부분을 개선함을 의미한다”며 “최저임금으로 경비원들의 생존권이 흔들린다면 우리 스스로 사회적 모순에 앞장선 꼴이 된다. 아침, 저녁으로 인사를 나누던 분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다면 과연 우리 공동체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이겠냐“고 반문했다.

이 아파트는 결국 이러한 입주민들의 의견이 모여 경비원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주민투표결과 입주민들이 경비원들의 최저임금이 올라도 비용을 더 부담할 테니 경비원을 줄이지 말자는 의견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입주민들은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주민들과 한 아파트에서 같이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일상생활 속의 소소한 일들이 갑질은 아니겠지만 우리도 의식 못 하는 사이에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해보게 된다.

지난 연말 구세군의 자선냄비 모금금액이 불경기 속에서도 사상 최대인 70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몇 푼의 푼돈인데 수많은 사람의 손길이 모여 이렇게 큰 산을 이룬 것을 보면 아직 우리 사회는 그래도 살맛 나는 행복한 세상이 아닌가 싶다.

이제 원숭이띠 병신년 새해 아침이 밝았다. 새해에는 모든 일들이 지혜롭고 슬기롭게 잘 풀리고 돈보다는 사람이 우선하는 따뜻한 이야기들이 세상 곳곳에서 아름다운 하모니로 울려 퍼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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