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차불피(樂此不疲)
요차불피(樂此不疲)
  • 양철기 <박사·교육심리>
  • 승인 2016.01.0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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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헌혈자에게 현금을 주면 어떨까? 헌혈자가 늘어날까?

스웨덴의 한 경제학자는 헌혈에 관심 있는 사람 153명을 세 집단으로 나눠 실험을 시행했다. 첫째 집단에는 헌혈은 자발적이기에 혈액을 기증하더라도 아무런 보상이 없다고 말했다. 둘째 집단에는 헌혈을 하면 7달러를 받는다고 했다. 셋째 집단에는 헌혈 시 7달러를 받을 것이며 받은 돈은 소아암 자선기금에 기증할지의 여부를 즉각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는 첫 번째 집단은 52%, 두 번째 집단은 30%, 셋째 집단은 53%가 헌혈에 참여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현금이라는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두 번째 집단의 헌혈자가 가장 많아야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현금이라는 외재적 동기 요인이 선행을 베푼다는 내재적인 요구를 넘어설 수 없었다.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근원적인 힘을 동기(motivation)라고 하는데, 21세기에 과연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는 무엇일까?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생물학적인 동기에 의해 행동을 지배하는 ‘동기 1.0’의 시대에서 외적보상과 처벌에 반응하는 ‘동기 2.0’의 시대를 지나 이젠 일이 주는 즐거움 자체에서 사람들이 동기를 유발하는 ‘동기 3.0’시대가 도래 했음을 그의 저서 ‘드라이브(drive)’에서 밝혔다. 그는 일이 주는 즐거움 그 자체가 에너지가 되어 외적인 보상이 아닌 내적 동기가 이 세계를 더 창조적이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헌혈 실험 결과와 같이 심리학자들의 외적인 보상이 내재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연구에서는 외적 보상을 적절히 사용하면 내재 동기도 증진시키고 업무수행능력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어 여전히 논쟁이 있다. 다만 지금까지 금과옥조로 여겨왔던 상과 벌에 의존한 동기 체계로 움직여 왔던 것들에 대한 점검이 요구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활동은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과정이다. 외재적 동기유발에 너무나 익숙한 우리의 교실은 이제 21세기의 발견·창의적 환경을 맞이하여 선택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과학적 연구결과에 귀 기울이고 관행적 행동을 ‘동기 3.0’으로 업그레이드 시킬 필요가 있다. 교육구성원과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일(공부) 자체에 대한 재미’를 추구할 수 있는 내재적 동기를 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990년대 열린교육의 열풍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열린교육을 열정적으로 이끌던 그들에게 보상이라는 것은 그저 자신들이 좋아서 한 것이었다. 학생들의 바람직한 변화 그 자체가 보상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외적인 보상(승진, 교육청 근무 등등)이 주어지기 시작했을 때 열린교육의 추진 동력은 점차 힘을 잃어갔다. 이에 혁신학교, 행복씨앗학교 등에서는 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외적인 보상을 주지 않고 있는데 그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기다림이 필요할 것이다.

2016년 충북도교육청은 신년 사자성어로 ‘좋아서 하는 일은 지치지 않는다’는 뜻의 ‘요차불피(樂此不疲)’를 선정했다. ‘요차불피’는 후한서 광무제 하편에 등장하는 사자성어다. 한나라 광무제는 여러 신하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나랏일에 몰두하였다. 이에 태자가 광무제를 염려하며 ‘왕께서는 건강을 챙기시며 일하소서’라고 하자,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피곤하지 않구나’라고 대답했다. 요차불피의 현대적 의미는 ‘동기 3.0’으로 재해석 될 수 있다. 2016년, 충북도민 모두 즐거이 배우고 일해 지치지 않는 ‘요차불피’의 삶이 되기를 기원드린다.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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