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부릅뜨고 지켜보자
눈 부릅뜨고 지켜보자
  • 임성재 <칼럼니스트>
  • 승인 2016.01.0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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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임성재

새해 시작부터 나라가 시끄럽다. 경제는 점점 더 나빠져 국민의 삶은 피폐해지는데 국민을 보살펴야할 정치권이 나서서 온 나라를 뒤 흔들고 있다. 그 주역은 새 정치를 하겠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전 대표와 경제 활성화법안과 노동개혁법안에 매달리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의 탈당은 정치판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까지 탈당하면서 단순한 탈당사태가 아니라 분당사태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야권분열이냐 거대 여당에 도전할 새로운 야당의 탄생이냐를 놓고도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9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결과에 대한 예측도 분분하다. 야권분열로 여당의 압승으로 끝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 새로운 야당이 여권 지지표를 잠식하여 어느 한 정당의 일방적인 승리를 허용하지 않는 황금 분할의 3당 정치 시대를 열 것이라는 희망 섞인 분석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소선거구제와 단순다수제(선거구 투표수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를 한 후보를 당선자로 하는 제도)는 보수진영과 여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제도이다. 더욱이 헌법재판소가 판결한 선거구획정 시한을 넘겨 선거구가 사라졌는데도 비례대표 배분방식 때문에 여야가 선거구 획정 안을 합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여당에 불리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은 야권의 분열을 보며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기색이고, 분열된 야권은 지리멸렬하여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만 부추기고 있다.

경기침체에 정치판까지 어수선한 분위기에 대통령도 가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새해 첫 업무를 시작하며 ‘경제 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대통령이 국회의장에게 이 법안들을 직권상정해달라고 직접 요구할 정도로 법안 처리에 매달리고 있다. 이 법안들만 통과되면 우리나라의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데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으니 국가비상사태로 간주하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서 처리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의화 국회의장은 번번이 그 부탁을 거부하고 있다. 오죽하면 그 법안들을 직권상정을 하느니 성을 갈겠다고 까지 했을까.

그런데 그 법안이라는 것들도 내용을 살펴보면 터무니없다. 경제활성화 법안은 ‘서비스 발전기본법’과 ‘기업 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인데, 서비스법은 의료분야를 서비스산업으로 넣어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고, 원샷법은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인수합병과 사업재편과 관련한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것인데 재벌중심의 특례법에 불과하고 특정 재벌을 봐주기 위한 법이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노동개혁 법안들도 뜯어보면 결국은 일반해고 지침을 만들어 노동자의 해고를 쉽게 하고,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하여 임금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내용들이다. 노사정 합의에 참여했던 한국노총조차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일반해고지침과 취업규칙변경완화지침을 내놓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반해고지침은 기업이 노동자들을 자체 평가해서 저성과자들을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의 징계에 의한 해고와 경영상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만으로도 수많은 해고자를 양산하고 있는데, 기업이 자체 평가만으로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해고는 일상적인 것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이런 법이 있어야만 우리나라 경제가 살아나고 청년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말씀에 끌려 다니는 거대여당의 모습은 차라리 애처롭다.

이렇게 새해벽두부터 대통령과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이 보여주는 것은 실망뿐인데 그들은 아예 국민은 염두에 없는 듯하다. 시간이 지나면 다 잊을 것이고 누군가를 찍어야 한다면 나를 선택하겠지 하는 자신감 때문인지 국민들을 마치 잡아 놓은 물고기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문득 영화 ‘내부자들’의 대사가 떠오른다. “어차피 대중은 개, 돼지들입니다. 적당히 짖다가 (시간이 지나면)알아서 조용해 질 겁니다.” 재벌과 결탁하여 정치판을 설계하면서 최고 권력을 만들려고 하는 언론사 주간 이강희(백윤식 분)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하는 말이다. 그 대사를 들으며 모골이 송연해졌다. 설마 지금의 정치판이 국민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눈 크게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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