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아들
왕과 아들
  • 정선옥<음성도서관장>
  • 승인 2016.01.0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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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 정선옥<음성도서관장>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생각하다 문득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정서상 엄마인 선녀가 아이들을 버리고 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기에 선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나라로 떠난다. 엄마가 아이를 버릴 수 없는, 엄마와 어린 아이를 분리할 수 없는 정서가 ‘선녀와 나무꾼’을 만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왕위 계승사는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다’라는 말로 자식을 가차없이 죽이고 최고 권력자로서 왕의 권한을 휘두른다. ‘아버지와 아들은 전생에 원수였다’는 속언도 있지만 자식을 보듬어주지 못한 문제적 임금이 조선시대에 많았다.

도서 ‘왕과 아들’(강문식 외저·책과함께)은 올해 역사책 읽기를 목표로 정하면서 새해 첫 책으로 골랐다.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다섯명의 임금과 다섯명의 세자에 관한 내용으로 조선시대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태조의 다섯째 아들 태종은 조선 건국의 개국공신이며 영특하고 대범하다. 그러나 이성계의 오랜 지기 정몽주를 살해하며 권력에서 철저히 소외된다. 결국 태종은 왕자의 난을 일으켜 권력을 쟁취하고 태조와의 관계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태종과 양녕대군의 관계에 시선이 머문다. 자신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적장자인 양녕대군을 세자로 책봉하지만 영조와 사도세자의 관계처럼 점점 어긋난다. 학문적 재능보다는 무인 기질이 강한 야성적 성격의 양녕대군. 여자와 관련된 추문이 끊이지 않고 공부보다는 놀기 좋아한다. 태종은 아들 양녕대군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양녕대군은 아버지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양녕대군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간섭하고 자신이 생각하기에 아무것도 아닌 문제를 가지고 지나치게 질책하는 아버지가 야속하기만 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 부재로 결국 양녕대군은 폐위되고 세종이 왕이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 외에도 선조와 광해군, 인조와 소현세자, 영조와 사도세자를 다룬다.

이 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조선시대의 파란만장한 임금과 왕세자에 대해 다루었다. 조선왕조실록과 한중록을 삽입해 구성한 스토리는 소설이 아님에도 가독성이 좋다. 청소년 또는 어른을 위한 인문학 토론도서로 선정해도 좋겠다.

임금은 아들을 죽이고, 아들은 형제를 죽이는 골육상잔의 비극을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이해할까. 권력을 유지하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까.

부모에게 온전히 마음에 드는 자식이나 자식에게 100점짜리 부모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들을 대할 때 사랑과 격려보다 질책이 앞선 절대 군주들. 얼마 전에 관람한 영화 ‘사도’의 한 대사가 맴돈다. “나는 임금도 싫고 권력도 싫소. 내가 바란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 번, 다정한 말 한마디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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