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움을 꿈꾸며
가벼움을 꿈꾸며
  • 이창옥<수필가>
  • 승인 2015.12.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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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이창옥

올해의 끝자락이다. 올 한해 내가 살아온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욕심이 많아서인지 내게 허락된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매일 매일 숨이 턱에 차오르도록 실속도 없이 바쁘기만 했다.

새해에 설계한 계획들이 거창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제대로 지키지도 해내지도 못하고 또 폐기처분해야 할 지경이다. 다달이 몇 권의 책을 읽어보겠다던 큰소리는 공수표가 되어버렸다. 어디 그뿐인가. 마지막으로 읽었던 책의 내용도 떠오르지 않아 수필가란 나의 또 다른 직함이 한없이 부끄럽고 무색하다.

운전을 하다 보면 다양한 종류의 차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사람들을 많이 태운 시내버스 뒤를 따라갈 때도 있고 중후한 세단 뒤를 따라갈 때도 있다. 때로는 날렵하고 멋진 오픈카의 모습을 보면서 한 번쯤은 저런 차를 운전하며 바람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간혹 짐을 가득 실은 트럭 뒤를 따라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짐을 지고 가는 듯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곤 한다.

뒷모습을 보며 따라가기 가장 힘든 차는 골재를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다. 간혹 안전덮개를 제대로 씌우지 않은 차를 뒤따라 갈 때가 있는 데 떨어지는 골재 파편들은 위험한 흉기가 되어 다른 차들을 위협한다. 뒤차가 불안해하거나 말거나 그런 차들은 매번 도로 위의 무법자 노릇을 한다.

문득 올 한해 나의 모습은 어떤 차를 닮았을지를 생각해 보았다. 타고난 그릇이 작아 천태만상인 사람들을 태우고 다니는 버스의 넓은 모습은 아니고, 더구나 날렵한 스포츠카는 언감생심이다. 그렇다고 중후한 세단은 더더욱 아닐 터였다. 행여 안전 덮개를 제대로 덮지 않고 도로를 무법 질주하는 덤프트럭 같은 모습으로 보이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제발 아니기를 바라지만 짐을 가득 실은 트럭이 오르막을 오르듯 헉헉거리며 살아오느라 뒤를 돌아다 볼 여유가 없었다.

혹시라도 나도 모르게 가득 실은 짐이 주변 사람들에게 파편이 되어 떨어져 상처를 남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되돌아보면 올 한해 나의 모습은 영락없이 실속 없는 짐들을 가득 실은 트럭이었다. 그 실속도 없는 짐들을 쉽게 내려놓지 못한 이유는 내 안에 가득한 욕심 때문이었다. 겉으로는 욕심이 없는 척하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는 이것저것 더 챙겨들지 못해 애면글면했었다. 괜한 욕심 부리지 않고 내려놓으며 가볍게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해를 넘길 때마다 욕심을 부리며 살아온 날들을 후회한다. 그 후회 속에는 내 욕심이 떨어트린 파편으로 하여 제발 어떤 누구도 상처 입은 이들이 없기를 기도한다.

아마도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매번 같은 후회와 욕심 때문에 아쉬움을 토로할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런 모습이 내가 가진 깜냥이라면 매번 반복하며 한 해를 보낼 수밖에,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가벼움을 꿈꾸며 새해 새날을 맞이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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