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호수 위에 우뚝 선 망월산성
맑은 호수 위에 우뚝 선 망월산성
  • 김명철<청주 서경중 교감>
  • 승인 2015.12.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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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역사기행
▲ 김명철

망월산성은 충청북도 기념물 제93호로 지정된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산성이다. 청풍문화재단지의 남동쪽에 있는 망월산(336m)이 정상에서 북서쪽으로 뻗어 내리며 남한강과 만나면서 만들어진 봉우리 꼭대기에 우뚝 서 있다. ‘사열산성’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는 ‘망월산성’은 석성으로 둘레가 495m인 비교적 규모가 작은 산성이다.

성의 꼭대기에 있는 정자에 오르면 솔 향기 가득한 맑은 바람을 느낄 수가 있다. 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운 망월산과 호수 아래쪽 물에 잠길 듯한 밭들이 고향을 잃은 수몰민의 마음을 품고 겸손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산과 호수 사이에 작은 마을이 어우러져 멋들어진 산수화를 연출한다. 1985년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대부분의 마을이 물에 잠기게 되자 물태리 언덕 위에 주변의 문화 유적을 옮겨다 재현해 놓았다. 제자리를 떠난 문화가 어떤 모습으로 보이는지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청풍면은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제법 크고 번화한 지역이었다. 일찍이 신라 경덕왕 때부터 청풍이라 불렸으며, 조선 현종 때는 왕후인 명성왕후 김씨의 관향이라 하여 도호부로 승격되기도 하였다. 남한강을 끼고 있는 청풍은 내륙의 물산과 한강을 따라 올라오는 물산이 교류되는 집산지로 북진 나루에서 형성되던 청풍장은 인근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다.

청풍 문화재단지 가장 안쪽에 청풍 관아였던 금병헌 앞뜰을 지나 성으로 오르는데, 단지가 워낙 산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보니 예전에는 한참을 올라야 할 성이 동네 뒷동산 오르듯 잠깐이면 오를 수 있다. 오르는 길에 있는 소나무 연리지는 다른 곳의 연리지보다 훨씬 정겨워 보인다. 아마도 옆에 있는 아기 소나무 때문인가 보다. 연리지를 지나면 곧 가파른 계단 위로 최근에 복원한 성곽과 성문이 보인다.

성벽은 호수를 따라 도는데, 시원하면서도 호젓한 소나무 숲길이 성벽 위에 나있어 산책을 겸해서 거닐어 보는 것도 제법 운치가 있다. 성벽은 원래의 형태로 남아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너져 있다. 그래도 산책로가 성벽 위로 나있어 조금만 주의해서 보면 성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성벽을 만드는 방식은 바깥쪽으로는 수평 쌓기로 되어 있고, 안쪽은 돌을 수평으로 엇갈려 쌓기로 하여 채웠다. 또한 성벽이 무너진 곳에서 냇가에만 있는 강돌이 발견된다.

이러한 강돌을 사용하는 방식은 가까이에 있는 남한강가의 적성산성이나, 온달산성, 장미 산성 등에서도 공통으로 발견되고 있는데, 이들 성이 강과 가까운 위치에 있어 손쉽게 강돌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조상은 삶의 터전을 가꿀 때 언제나 배산임수(산을 뒤로하고 강과 어울려 자연과 하나 되는)의 겸손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높게만 올라가는 풍습이 생겼다. 전망대를 만들고, 케이블카를 타고 무조건 올라가 내려다보아야 직성이 풀리는가 보다. 문화에는 시대가 담긴다 했으니 요즘의 이런 행태도 하나의 문화일 것이다. 그래도 수몰되어 사라질 뻔했던 조상의 숨결이 담긴 문화를 이곳에나마 재현해 놓은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병신년 새해가 시작되는 연 초에 가족과 함께 달을 품은 호수 가에 우뚝 서 있는 망월산성을 거닐면서 두런두런 지난해 못다 나눈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족 간의 정과 더불어 조상의 숨결과 삶의 지혜를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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