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경
산경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12.30 17: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도 종 환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가버렸다
내게 온 꽃잎과 바람도 잠시 머물다 갔다
골짜기 물에 호미를 씻는 동안
손에 묻은 흙은 저절로 씻겨 내려갔다
앞산 뒷산에 큰 도움은 못 되었지만
하늘 아래 허물없이 하루가 갔다


# 2015년도 하루를 남겨두었습니다. 오늘만큼은 세속의 시계와 잠시 이별해도 좋을 듯합니다. 누군가가 아니라, 어딘가의 내가 아니라, 자연 그 자체로 나를 놓아두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그래서 산을 만나면 산이 되고, 구름을 보면 구름이 되고, 새를 보면 새가 되는, 하얀 자연인으로 살아보는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