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린(逆鱗)과 평화
역린(逆鱗)과 평화
  • 양철기 <박사·교육심리>
  • 승인 2015.12.2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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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보는 세상만사
▲ 양철기

평화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하고 화목한 상태 또는 분위기를 말한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나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다수의 희생 위에 소수에게 권력과 부를 집중시키는 세상은 평화로운 세상이 아니다. 다수가 권력과 부를 독점한 소수에게 저항할 힘이 없어 아무런 저항도 갈등도 겪지 못하는 세상은 결코 평화로운 세상이 아니다. 그런 사회는 시한폭탄을 안은 사회이다. 다수의 희생 위에 소수가 부와 권력을 독점한 사회는 그것이 정점에 올라 때가 되면 외세에 의해서건 체제 안의 다른 세력에 의해서건 붕괴해온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기원전 8세기경 고대 이스라엘의 제2대 왕 다윗은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라(시편 126편)’라고 읊고 있다. 다윗은 그의 고백에서 세상의 평화는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 그리고 봉사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결국 평화는 조용하고 평온한 것이지만 평화를 이루고 지키려면 엄청난 노력과 희생, 투쟁이 요구된다.

개인의 심리적 안녕과 상황적 평화 추구는 인간의 기본 심리기제이며 조직 또한 마찬가지로 안정을 추구한다. 누군들 싸우고 갈등하고 싶어하겠는가? 작금의 충북도교육청과 도의회 간의 평화롭지 못한 상황은 많은 이들을 불편하게 한다. 누군가는 교육감에게 적당히 타협해 평화로운 상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한다. 왜 자꾸 분란을 일으키느냐고 비판할 수 있다. 옳은 말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지금의 논란이 기득권 세력의 정치적 이권과 관련돼 충북학생들의 보통교육을 힘들게 하는 상황이라면 적당한 타협은 포장된, 위장된 평화만 가져다줄 것이다.

오바마는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전임자들이 겪지 않아도 되는 많은 상황과 맞닥뜨렸다. 그는 대통령이 됐지만 기득권층으로부터 흑인으로서, 출생배경으로서 차별을 받았고 심지어 국가에 대한 충성심까지 의심을 받았다. 오바마는 ‘어떤 면에서는 내가 그들이 두려워하는 변화를 대변하기 때문에 그들이 그럴 것’이라고 한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 소위 진보교육감이 충북에서 도민의 선택을 받았다. 어쩌면 그분 역시 전임자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그분들이 겪지 않아도 될 상황을 겪고 있는지 모른다. 또한 한편으로는 그러하기에 기존의 기득권층이 건드리기를 두려워해 타협해온 역린(逆鱗)과 마주해야 할 운명인지도 모른다.

공무원 사회에서 그 누구도 건드리기 힘든 것이 있다면 인원조정, 조직개편일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조차 의욕적으로 공무원 조직에 대해 개혁을 시도했지만 결국 공무원 조직은 더 비대해지고 관료화되어나갔다. 역사적으로 공무원의 관료화가 정점에 이를 때 그 나라는 무너져갔다.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교육공무원으로서 그 누군가는 이 일들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려야 할 것이다.

나는 평화를 이루고자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가를 생각해본다. 온몸을 던져 희생하면서 평화를 만드는 일을 할 용기가 없지만 진정한 평화를 위해 무시무시한 역린과 마주한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미안하다. 내일 새벽은 세상의 평화, 고통받고 소외받는 이들의 평화를 위해 예수님이 인간의 역사 속으로 들어오신 날이다. 부디 보이는 곳에서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평화를 위해 몸부림치다 힘들고 낙심되는 사람들, 불의와 타협하기를 거부하고 남들을 배려하는 중에 손해 보고 가슴에 상처 입은 사람들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평화로운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충북학생외국어교육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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