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의미
크리스마스의 의미
  • 이수한 신부<청주 오송종합사회복지관 관장>
  • 승인 2015.12.2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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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이수한 신부

내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축일인 성탄절이다. 성탄절을 영어로 크리스마스라고 하는데 이는 그리스도의 미사라는 의미로 성탄절 밤과 새벽, 낮에 가톨릭의 전례인 미사를 봉헌했던 데서 유래한다. 또한 미사는 파견 또는 떠나보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가톨릭교회의 전통 예식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 만찬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성탄절이 되면 각 성당에서는 마구간을 꾸미고 아기 예수를 구유에 안치하는 예절을 시작으로 성탄 밤 미사를 봉헌한다. 이때 구유예물을 봉헌하게 되는데 전통적으로 이 예물은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을 기억하고 그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함이다.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를 살펴보기에 앞서 왜 아기 예수님은 마구간에서 태어나실 수밖에 없으셨는가를 생각해 본다. 성경에는 호구조사로 많은 사람이 베들레헴에 모여들어 방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방이 없어서라기보다 돈이 없어서가 더 어울리는 답일지도 모르겠다. 돈만 많이 준다면 집주인이 자기 안방인들 못 내어 주었겠는가?

구유예물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어려운 이웃들은 가난으로 인해 마구간에서 태어나 구유 위에 누울 수밖에 없었던 예수님의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실제로 이 세상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라는 말씀을 통해 이를 확증해 주셨다.

결국 성탄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경축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기쁨을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나눌 때 완성되는 것이며, 자선이야말로 가장 좋은 실천방법 가운데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탄의 정신은 사라지고 국적 불명의 묘한 풍습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자신들의 생일도 아니면서 선물타령을 하거나 밤을 새워 흥청망청 노는 모습이 그러하다. 또한,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성탄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는 거리가 있다. 더구나 예수님이 탄생하신 베들레헴은 사막지방으로 눈이 내리지 않는다.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리스도교 신앙인이라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임하셨던 예수님 성탄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이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파견되어 오셨듯이 우리 또한 가난한 이웃들에게 파견되어 기쁨을 전해야 할 때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겨울보다 여름이 더 좋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난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겨울나기는 다른 어느 계절보다 힘이 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겨울의 문턱에 서면 어려운 이웃을 위한 구호 자선을 생각한다. 구세군의 빨간 자선냄비와 더불어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계가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때다. 아이의 고사리 손에 돈을 쥐여주고 자선냄비에 넣게 하는 부부의 모습이나 점점 올라가는 사랑의 희망 온도계는 실제로 우리의 언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준다.

그런데 올해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인지 그 따스함의 느낌이 예년보다 못하다. 각종 복지시설을 찾는 발걸음도 뜸하다. 남는 시간에 쓰다 남은 것을 베푸는 것이 자선이 아니요, 없는 시간을 쪼개고 자신에게도 필요하지만 더 필요한 사람을 위해 나누는 것이 진정한 자선임을 알면서도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래도 이번 성탄만큼은 비록 조용하지만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진정한 성탄, 따스한 자선의 밤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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