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 가는 길
세한도 가는 길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12.23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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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유 안 진

 

서리 덮인 기러기 죽지로
그믐밤을 떠돌던 방황도
오십령(五十嶺) 고개부터는
추사체로 뻗친 길이다
천명(天命)이 일러주는 세한행(歲寒行) 그 길이다
누구의 눈물로도 녹지 않는 얼음장 길을
닳고 터진 알발로
뜨겁게 녹여 가라신다
매웁고도 아린 향기 자오록한 꽃진 흘려서
자욱자욱 붉게붉게 뒤따르게 하라신다



# 세상 이치를 알 것 같은 나이임에도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헛되이 보낸 날들의 값을 하늘은 꼭 물어오지요. 발길 닿는 대로 걷고, 붓 가는 대로 손을 뻗쳐도 정도正道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추사체 같은 길도 세한歲寒 같은 시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걸어온 길도 한 뼘 길어집니다. 실타래처럼 풀어진 길을 되돌아 보고 걸어갈 길을 숙고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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