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냉이국, 겨울 냉이 무침
봄 냉이국, 겨울 냉이 무침
  • 우래제<청주 원봉중 교사>
  • 승인 2015.12.2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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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 우래제

도회지의 여유 있는 사람들. 가을걷이 끝낸 바지런한 시골 아낙네들. 봄이 오려면 아직도 먼데 벌써부터 냉이 캐러 다니느라 정신없다. 이른 봄. 냉이 한 줌 넣은 된장국이 잃었던 입맛을 되찾아 주곤 했는데 한겨울 냉이라니! 냉이는 봄나물일까? 겨울에도 제 맛이 날까?

무, 배추, 양배추, 갓, 순무처럼 대부분의 십자화과(겨자과) 식물은 사람들에게 좋은 먹거리로 이용된다. 냉이도 전 세계에 걸쳐 논밭에 자생하는 잡초로, 꽃잎이 +자로 갈라진 십자화과의 식물이다. 냉이라는 이름은 ‘남새’라는 우리말에서 유래하여 ‘나생이, 나싱개, 나숭개’라고 부르기도 하는 대표적인 봄나물이다. 일본에서도 일곱 가지 봄나물 중 으뜸으로 여긴다고 한다.

종류로는 다닥냉이, 말냉이, 싸리냉이, 황새 냉이, 큰황새냉이, 논냉이, 미나리냉이, 나도 냉이, 개갓냉이 등이 있고, 밭에서 흔히 볼 수 냉이에는 다닥냉이, 말냉이, 황새 냉이가 있다.

냉이는 특이하게 두 가지 생활사를 갖고 있다. 늦은 봄이나 초여름에 발아하여 한여름 살다 죽는 여름형 한해살이와 가을에 싹이 터 겨울을 나고 다음해 여름 이전에 말라 죽는 해넘이 한해살이가 있다. 우리가 이용하는 냉이는 겨울을 지내는 해넘이 살이 냉이다. 가을에 싹튼 해넘이 냉이는 한 겨울 동안 땅바닥에 바짝 붙인 로제트형(별모양)으로 추운 바람을 이겨낸다. 또 먼저 태어난 잎이 하나씩 말라 죽으면서 살아남는 잎은 불그스름한 색으로 변한다. 이렇게 양분의 농축과 변화로 당도가 높아지면 어는 점도 낮아지기 때문에 냉이가 얼어 죽지 않고 겨울을 견디는 것이다. 쌀쌀한 해풍을 이겨 낸 포항초라는 시금치의 당도가 높은 것과 같은 이유이다. 그래서 날씨가 추워지면서 냉이가 달달한 맛을 내게 되는 것이다. 어떤 냉이를 먹을까? 달달한 맛과 뿌리를 원한다면 추위를 견딘 겨울 냉이나 봄 냉이가 좋고, 넓은 잎과 향을 원한다면 가을 냉이도 괜찮을 것이다.

냉이의 현명한 생존전략이 또 있다. 냉이는 사람에 의해 퍼져 나가는 식물이다. 농부의 신발이나 경운기 바퀴에 묻은 흙과 함께 씨가 퍼져 나간다. 그래서 냉이는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에서만 자란다. 그리고 키가 작아 다른 농작물에 크게 피해를 주지 않는 식물이다. 키가 크고 농작물에 피해가 크다면 부지런한 농부들에게 일찌감치 제거되었을 것이다.

또 놀라운 사실은 냉이의 열매에 있다. 열매는 줄기 끝에 납작한 삼각형 모양(심장 모양)의 꼬투리로 달린다. 냉이의 열매는 물에 젖으면 끈적이는 합성물을 방출하는데, 여기에 곤충이 달라붙으면 죽어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냉이를 산토끼꽃, 쥐손이풀과 더불어 준식충식물이라 한다. 냉이가 왜 끈적이는 물질을 내어 곤충을 잡을까? 냉이에 대한 연구 과제이다.

비타민, 칼슘 등이 많고, 소화를 촉진시키고 피로회복에 좋은 냉이! 달달한 맛이 더 들 때까지 기다렸다 캘까? 아니면 주말에 호미 들고 나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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