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길
돌아가는 길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12.16 1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타임즈의 시읽는 세상

문 정 희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 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도공의 손길이 떠난 지 오랜 돌부처에 묵은 세월이 올라앉아 있습니다. 비바람과 천둥, 벼락 속에 놓인 돌부처는 흔적조차 지워가며 돌이 되어갑니다. 세월 속에서도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순연한 본질로의 회귀입니다. 한해의 끄트머리에서 부질없이 걸어온 길 하나 또 다시 지워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