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를 생각한다
지방의회를 생각한다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5.12.1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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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임성재

어제 아침, 충북도의회 본회의장 앞 복도에는 흰 국화와 ‘원칙 없는 예산삭감, 피해자는 도민입니다’라는 피켓을 든 시민단체 회원들로 가득했다. 도의회가 2016년도 충북도와 도교육청의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단체와 시민사회단체에 지원되는 예산을 논리적 근거 없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일방적으로 삭감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 예산을 살려내라는 것이 아니다. 왜 삭감했는지 그 이유를 밝혀달라는 것이다. 일주일째 기자회견과 항의방문, 피켓시위를 하고 있지만 도의회는 아무런 답변도 없이 요지부동이다.

5·16쿠데타이후 폐지됐던 지방자치가 부활 된지 24년이 지났다. 그런데 시행 초기부터 많은 폐해와 문제점이 노출되어 왔다. 특히 지방의회는 의원들의 부도덕성과 전문성 부족, 이권개입, 패거리정치 행태 등으로 지방의회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온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지방자치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이 제도가 민주주의에 기여하고 지방분권을 실현하는 토대가 된다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지방자치에 대한 사전적 해석은 ‘일정한 지역을 기초로 하는 지방 자치 단체나 일정한 지역의 주민이 중앙 정부로부터 상대적인 자율성을 가지고 그 지방의 행정 사무를 자치 기관을 통하여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활동’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정치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지역의 민주화를 통하여 국정의 민주화를 실현한다. 또한 지방분권을 기초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참여를 실현시켜 권력을 분산시키는 기능을 하며, 둘째는 지역 내의 사무를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처리함으로써 주민들이 자기책임성과 자기결정권을 갖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내용을 실현한다. 셋째는 민주주의의 학교와 훈련장으로서 기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10대 충북도의회는 이런 지방자치의 정신이나 기능과는 동떨어진 활동을 하고 있다. 출범 초기부터 새누리당 의원들은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내세워 도의회 사상 유례가 없는 도의회 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도의회직을 싹쓸이하여 도의회를 파행으로 내몰았다. 그리고 타 시도에선 이미 폐지한 재량사업비를 볼모로 도민의 대다수가 반대하는 도의정비를 전국 최고 비율로 인상하였고, 도지사나 교육감의 역점사업 예산은 마음대로 삭감하면서 도의회 독립청사 조성을 위한 예산 155억 원은 반대의견을 묵살한 채 아무런 논의도 없이 승인하는 등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고 있다. 더 한심한 것은 대통령의 공약사항으로 정부가 지원하던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겨 지방교육 재정이 파산 지경인데도 그 예산을 도교육청에게 세우라고 압박하며 도교육청 예산을 심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장 자신들의 지역구 주민들이 큰 피해를 당할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대통령이나 중앙당의 눈치만 보는 이런 일들이 대표적인 정당정치, 패거리정치의 폐해다.

정당공천제 하에서는 지방의원들이 공천권한을 가지고 있는 도당이나 중앙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소위 당론이라는 것도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민의 권익과 소속 정당이나 중앙정부와 이익이 상충될 때 자기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라도 지역민의 권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지방자치의 진정한 가치인 지방분권과 지역의 민주화를 실현해 내는 일이다. 지역 주민들은 누가 진정으로 주민을 위해 일하는지 잘 알고 있다. 공천에 몸을 파는 지방의원들의 각성이 없이는 지방자치의 정착은 요원하며 지방의회 무용론은 점점 더 힘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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