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들, 아직도 관행타령 할 건가요?
교수님들, 아직도 관행타령 할 건가요?
  • 김금란 부장(취재3팀)
  • 승인 2015.12.15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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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 김금란 부장(취재3팀)

다른 교수가 쓴 전공서적을 표지만 바꿔 자기가 쓴 것처럼 출간하는 일명 ‘표지갈이’ 대학교수가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전국 110개 대학 교수 179명이 적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충북지역 대학가에서는 검찰 조사를 받은 교수가 누구인지 찾기에 바빴다. 표지갈이 교수가 대거 적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터넷 포털에는 불명예스럽게 인기순위에 ‘표지갈이’가 등장하기도 했다.

표지갈이 교수로 적발돼 조사를 받았다는 교수가 재직 중인 대학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개인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사실조차 파악이 안된다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사실통보 확인서를 받은 뒤 교원징계위원회 절차를 밟겠다는 대학도 있다.

표지갈이 교수 사건이 터지면서 대학가에서는 곪은 상처가 터졌다고 보고 있다.

논문 표절도 눈감아 주고, 지도 교수 논문도 대필해주고, 남의 논문에 숟가락만 얹는 일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통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사정으로 “논문에서 자유로운 교수가 어디 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있을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지정한 책을 선택하면 출판사에서 교수들에게 과목채택료로 5~10% 사례비가 있었지만 이런 일은 없어진 지 오래인데 교수사회에서는 관행처럼 지금껏 묵인돼 오다 이번에 터진 것 같다”며 “세상은 바뀌는 데 가장 앞서갈 것 같은 교수 사회가 가장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적발된 교수들 중에는 저자로 이름이 올라간 줄도 몰랐다며 억울해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왜 나만 갖고 그러냐”며 관행에 책임을 떠넘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대학에서도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행정 절차를 밟겠지만 교수 신분을 박탈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그만큼 교수 신분을 보호하는 우리나라 법의 테두리가 두텁기 때문이다.

‘표지갈이’사건을 계기로 교수 사회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다른 어느 집단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대학 교수들이 이번에도 “왜 나만 갖고 그런“나만 아니면 돼”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치부하지 않길 바란다. 적어도 강단에 서서 제자들의 눈을 똑바로 당당하게 바라볼 수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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